펀드 수탁액이 5년5개월 만에 200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년 간 종합주가지수 500~1,000포인트 박스권에서 움직였던 주식시장과 외환위기, 대우채 사태 등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낸 채권시장이 간접투자 문화의 확산으로 탄탄한 토대를 갖게 됐다고 평가한다.
2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펀드 수탁액은 200조2,500억원으로 1999년12월 이후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 비중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도 2003년4월 이후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서,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곧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0조 시대 재개막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수년 동안 지속된 저금리와 ‘투자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적립식 투자문화의 확산을 꼽는다. 자산운용협회 윤태순 회장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와 운용사들의 노력으로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되살아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했다.
펀드 200조 시대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간접투자문화의 확산이 자본시장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키움닷컴증권 유경오 리서치팀장은 “주식형 펀드 12조원의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달 들어 주식시장이 각종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종합지수 900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간접투자자금과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매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기관투자가의 비중(약 18%)이 너무 낮아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사면 폭등하고 팔면 폭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유 팀장은 “최근 주식형 펀드자금의 증가세는 주로 적립식 펀드투자의 활성화 덕분이므로, 과거와는 달리 시장이 조정을 보이더라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어 시장을 지키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펀드시장과 자본시장은 상호 발전하는 공동 운명체의 성격이므로, 재개막된 펀드 200조원 시대가 과거 ‘바이코리아’ 열풍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자본시장 자체의 발전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투운용의 서현우 상품개발팀장은 “주식시장이 영원히 박스권에 갇혀 있거나 기업들의 투자 기피로 우량채 품귀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급속도로 팽창하는 펀드 시장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간접투자에서 다시 한번 실망하고 직접 투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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