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췌장암의 고통 속에서도 초인적 투혼을 발휘해 온 프로기사 김수영(金秀英) 7단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도원동 자택에서 끝내 별세했다. 향년 61세.
1970년대 TBC TV 시절부터 재치 있는 해설로 바둑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 7단이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것은 올 3월 초. 평생 미학적 행마로 일관해 온 그는 피폐해지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산에라도 들어가 삶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승 조남철(82) 9단의 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스승보다 먼저 죽는 불효를 저지를 수는 없다’며 마음을 돌렸다.
이후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고 3월 21일 LG배 세계기왕전 통합 예선에서 4일 한국물가정보배 예선까지 7판의 대국에 참가했다. 매주 2차례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하는 ‘조남철 경로 바둑 교실’에도 빠지지 않았다. “대마가 몰렸어도 잘 대처하면 이길 수도 있다”며 암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결국 스승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판을 거둔 셈이 됐다.
고인은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62년 프로기사로 입단했다. 기전의 타이틀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지만 구수한 입담과 해설로 웬만한 타이틀 보유자보다도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72년부터 83년까지 충암학원 지도사범으로 ‘바둑사관학교’의 기틀을 다졌다. 김수장(48) 9단이 친동생이다. 유족은 부인 현미미(50)씨와 프로골퍼인 창민(35)씨 등 1남 2녀.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영안실. 발인 23일 오전. (02)3010_2000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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