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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교수팀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 미래에 혜택받을 환자 무제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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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교수팀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 미래에 혜택받을 환자 무제한 확대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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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의 빠르고 효율적인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 각지의 연구실과 입법부에 큰 파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환자 맞춤형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20일자에 게재한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내린 평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의 연장선 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획기적이다. 앞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할 경우 그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환자 등)이 남자, 노인 등으로 광범위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구에 쓰인 체세포 복제 방식이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체세포를 대신 넣어주는 기법이다. ‘체세포 복제 방식을 통한 환자 맞춤형(patient specific) 줄기세포 확립’이라는 논문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 없이,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필요에 따른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구에서는 체세포 및 난자를 같은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이 방식은 줄기세포 치료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대상이 ‘난자를 생산하는 여성’에 국한된다는 한계를 지녔다. 난자를 만들어내지 않는 남성이나 어린이, 노인은 대상 밖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황 교수팀은 남녀 환자 9명(여성 3명, 남성 6명)의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줄기세포 11개를 얻어냈다. 환자 중 한 명은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6세 여자 아이였으며 한 명은 선천성 감마 글로불린혈증(면역 질환의 일종)에 시달리는 2세 남아였다. 나머지 6명은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 환자로 나이는 10~56세.

이 중 난자에 자신의 체세포를 주입한 36세 여성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전적으로 자신과 무관한 난자를 이용했다. 줄기세포 연구의 궁극적 목표인 ‘손상 세포 재생’에 성공할 경우 치료대상이 될 수 있는 환자가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무제한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성공률도 대단히 높아졌다. 지난 번 연구에서 242개의 난자를 통해 한 개의 줄기세포를 얻어낸 것에 반해 이번 연구에서는 185개의 난자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배양했다. 난자를 기증한 여성은 총 18명이었으며 이 중 10명은 30세 미만이었다. 작년 연구와 같이 연구팀은 난자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부드럽게 누르는 ‘스퀴징(squeezningㆍ짜내는 것)’ 방식을 사용했다.

동일한 기법을 사용했음에도 성공 확률이 10배 이상 높아진 데 대해 황 교수는 “갓 채취한, 싱싱한 난자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연구 결과 기증자의 나이 역시 성공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30세 이상인 여성의 난자는 평균 30번마다 한 개의 줄기세포로 자라난 반면 30세 미만은 13번에 한 개꼴로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확립된 줄기세포주의 유전적 형질을 검사한 결과 체세포 기증자와 일치함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환자에게 유전적으로 다른 세포를 주입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 면역거부반응을 겪을 우려가 없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연구가 환자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우 많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신체의 어느 세포로도 분화 가능하다는 줄기세포를 환자가 꼭 필요로 하는 특정 세포로 분화케 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연구팀은 “사고가 아니라 소아당뇨 등 선천적 유전자 이상 때문에 생기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를 채취했을 경우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 줄기세포 용어설명

▦줄기세포 : 간, 폐, 심장, 피부, 연골, 뼈 등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만능세포’로 불리기도 한다. 줄기세포는 크게 보아 수정란이 생성된 지 5, 6일 후 배아단계의 ‘배아줄기세포’와 성숙한 신체에서도 얻을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로 구분된다.

▦줄기세포 치료 : 타인의 장기를 몸에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줄기세포를 이식하여 신체기관 중 손상된 부분을 치료하는 방법.

▦체세포 :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 중 정자와 난자 등 생식세포 이외의 것들을 말한다.

■ 어떻게 활용하나/ 난치병 치료 한걸음 가까이

황우석 교수팀은 이번에 ‘난치병 환자에게서 배아줄기세포 배양’과 ‘이성(異性)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이라는 두 가지 경이적인 기술적 진보를 이룩했다.

이는 현재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파킨슨병,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뇌척수 손상, 당뇨병 등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난치병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연구진이 가장 먼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으로 손상된 체내의 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동안 정상인에게서는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했지만 난치병 환자에게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황 교수팀은 이번에 난치병 환자에게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난치병 환자에게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남성의 체세포와 여성의 난자를 이용한 ‘이성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여성에게서 만든 배아줄기세포기술은 치료 대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성(性)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야 질병 치료에 폭 넓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치병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배아복제시 특정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가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한 것이어서 면역거부반응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토콘드리아에 들어 있는 ‘유전자 표지 항원 인자’가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환자에게 이식하기에는 결함이 있다.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는 “황 교수팀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난치병 치료에 적용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 척수손상 가수 강래원씨/ "희망의 빛 더 밝아졌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환자 맞춤형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을 들은 가수 강원래(사진)씨는 1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희망의 빛이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2000년11월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황 교수에 대해 늘 “0%였던 희망을 0.0000001%로 높여준 분”이라고 이야기해왔다. 황 교수도 강연회마다 “남성의 체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도 만들어야 한다”며 그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곤 했다.

강씨는 “황 교수님이 또 하나의 업적을 이루셨다니 뿌듯하다”면서 “그러나 언론 등에서 ‘척수손상 환자가 곧 걸을 수 있게 된다’는 식으로 너무 앞질러 나가는 것은 환자들과 황 교수께 큰 누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가 가능해질 경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폭을 크게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강씨 같은 남성 척수손상 환자들의 희망이 늘어난 것이다.

한 때 체세포 공여자 중 ‘35세 남성 척수손상 환자’가 강씨가 아니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난 단지 황 교수님을 믿고 기다릴 뿐 실험 대상이 될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황 교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하루도 빠짐없이 휴대폰으로 아침문안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 줄 모르는 황 교수는 이에 바로 “강군, 잘 지내나”며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온다. 서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고 후 침도 맞고 쑥뜸도 뜨고 심지어 초능력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이처럼 벼랑 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환자들의 마음입니다. 저는 ‘몇 년 내 걷게 해주겠다’는 식의 헛된 장담보다는 ‘조금이라도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황 교수님의 말씀이 더욱 든든합니다.”

김신영기자

■ 黃교수 일문일답 "아직 해결한 문제 많아"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 가 있는 황우석 교수와 19일(현지 시간) 간신히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다. 몇 차례 전화가 연결됐지만 “회의 중” “강연 준비 중”, 심지어 “화재경보로 인한 대피 중”이라는 이유로 그때마다 통화 시간이 1분을 넘지 못했다.

-지난번에 이어 1년 만에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환자들이 언론보도를 보고 ‘난치병이 곧 모두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기대할 것이 오히려 걱정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병 치료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자궁에 착상하면 인간복제가 되는 것 아닌가.

“그 같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수백 건의 동물실험 결과, 복제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돼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인간 복제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고 위험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연구를 하는데 있어 가장 고마운 이들은 난자 및 체세포 기증자들이다. 늘 밝혔듯이 물심양면으로 연구를 지원해준 국가와 후원자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이번 논문에도 ‘모든 연구는 한국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한국 장비를 사용해 한국의 자금으로 수행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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