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구리랑 같이 학교로 갔다: 상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시 모음. 보리.
밖에는 비가 온다./할머니가 감자를 삶아주신다./젓가락으로 쿡 찍어서/껍질을 까서 먹었다./꿀맛이다.//비가 많이 오길래/우산을 쓰고 나가서/지붕 밑으로 떨어지는/빗방울을 손에 받았다./빗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빗물을 던졌더니/잠자고 있던 개가 맞고 일어나서 짓는다./개 짖는 소리는/참 좋다.(비1)
십여 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왔을 때 집 뒤는 온통 논이었다. 밤이 되어 사위가 조용할 때 멀리 농가에서 들려오는 컹컹 개 짖는 소리는 떨어져 있는 그리운 이들을 생각나게 했다.
지금 아파트 벽을 넘어오는 옆집 강아지가 앙살스럽게 깨갱거리는 소리는 어릴 때 자주 앓아 시원찮은 내 고막을 울려 조용한 낮 시간을 방해한다.
비가/ 실-- 내리다가/ 확 온다./산을 보니/안개로 덮여 있고/강도/안개로 둘러싸여 있다/순둥이는 집에 들어가서/배 내고 잔다/비가 오면/ 세상이 한가하다(비2.)
아파트 외벽에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에 떨어지는 타타타탁 금속성 소리가 나야 비가 확 쏟아지는 걸 안다. 그제야 밖을 내다보면, 도로 위의 물기는 가로등 불빛을 붉게 반사하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 굴러가는 차 바퀴의 치익 빗물 튀기는 소리가 이어진다.
고모를 찾다가/무심코 하늘을 보니/보름달이 산 뒤에/빛만 보이게 숨어 있다//달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한눈파는 사이에/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우리 집 마당을 비추어 준다//그러면 소나무, 연달래꽃이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다.(보름달)
도시의 밤에 달빛은 없다. 달은 빛이 아니라 모습으로만 제 존재를 알린다. 가로등과 은성한 네온사인에 익숙한 도시 아이들에게 그믐밤의 칠흑 같은 어두움은 문학에나 나오는 수사가 되었다.
밭에 서서/논을 보니/어린 모들이/논에 떡 하니/버티고 있다/바람에 흔들리는 모를 보니 참 평화롭다.(모)
국도를 달리면 자연이 가깝다.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따라 가노라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송홧가루 노랗게 내려앉은 물 댄 논, 사과 꽃 만발한 과수원, 늦가을 잎 떨어진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는 문득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동시에 저 밑바닥에서 한 자락 흥이 올라오게 한다.
경남 밀양 상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동시 121편을 엮은 시집에 나타난 아이들의 마음에 나의 마음을 덧붙여 보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목가적인 자연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생활과 깻잎 따기, 콩타작, 벼타작 같은 농사의 힘듦을 표현한 시도 있다. 그러나 그 노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의 질서를 깨닫고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 곁들인 연필화도 놀랍도록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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