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과정의 의대를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꾸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암초를 만났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주요 대학 의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뿐”이며 결정은 대학 자율이라는 입장. 하이지만 ‘두뇌한국(BK) 21’ 사업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여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교육부와 각 대학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대와 연세대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연세대는 17~18일 전체 의대 교수 408명을 대상으로 2009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65%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서울대 의대는 지난 10일 주임교수 투표를 통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 가톨릭대 고려대 한양대 등 5개 의대 학장들이 18일 모임을 갖고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대한 보완을 교육부에 요청키로 하는 등 다른 대학에서도 조심스럽게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의 반발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교육부에 대한 반발심리가 더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뀔 경우 의사 양성기간이 현재보다 2년이 길어져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매달리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재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이 주요 대학 의대로 대거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대학이 “굳이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초 교육부가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서울대 등 33개 대학에 보낸 공문이 대학측의 반발을 불렀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전환을 원하는 대학은 모두 허용하되 2단계 BK21 사업과 연계해 사업단 선정시 평가지표로 반영하고 국립대 교수 정원을 늘려주는 등의 행ㆍ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는 즉각 “교육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요구하면서 압력을 행사했다”고 반발했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전환하지 않으면 BK21 사업에서 제외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해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면서도 “법학 경영학 의ㆍ치의학 등 전문대학원 시스템과 BK21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ㆍ대학원 중심 대학 육성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여부를 대학자율에 맡겨 당분간 의대 체제와의 이원화를 허용했다. 그러나 기본 방침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추진’이라는 점에서 전환을 거부하는 대학측과의 갈등은 언제든지 불거질 소지를 안고 있다.
서 차관보는 “서울대 의대도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0년에 이 같은 이원화 체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특별법을 만들어 미전환 대학을 전면 전환시킬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전면 전환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서울대 연세대 등 전환을 거부한 대학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 의학전문대학원이란/ 의사양성 6년→8년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은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등과 함께 추진되기 시작했고 이후 98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2001년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학계의 반발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수 차례 도입이 연기돼 2005학년도에야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기본적인 골격은 의사 양성 방식을 현 의대 체제인 학부 6년(예과 2년+본과 4년)에서 ‘학부 4년, 대학원 4년’의 8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전공에 관계 없이 모든 대학졸업자에게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격을 줘 고교 졸업 후 바로 의대에 진학하지 않고도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 특징이다.
일반 학문을 적절히 습득한 학사를 대상으로 대학원 수준의 의학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단선형 의학 교육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극복하려는 목적이다.
학사학위 취득(예정)자는 입학을 위해 우선 일종의 적성시험인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치러야 한다. 이외에도 대학별로 학사 과정에서 생물 화학 등 특정 과목의 이수를 요구하거나 대학 전체 평점, 외국어 능력, 면접 등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2005학년도에 첫 신입생을 선발한 4개 대학의 경우, 2.95대1에서 5.1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학사과정인 의대와 달리 대학원 과정이기 때문에 졸업 후 석사학위가 수여된다.
현재 10개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확정, 2007학년도까지 첫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며 5~6개 대학이 추가 전환을 추진 중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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