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간 플로리다 주지사로서 높은 평점을 받아온 젭 부시(사진)의 차기 대선 도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가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설 경우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형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한 집안에서 2대에 걸쳐 3명째의 대통령 도전 역사가 이어진다.
부시 주지사는 3선 연임 금지 규정에 묶여 2007년 1월이면 물러나야 한다. 그는 2008년 11월의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계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화당 전략가들에게 부시 주지사는 매력적인 대선 후보이다. 아버지와 형의 후광도 크지만 주지사로서 보여준 치적과 보수적 어젠다를 끌어안는 추진력은 그를 공화당 대선 후보군의 상위에 올려 놓고 있다.
올해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 사건으로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상종가의 인기다. 저소득층 자녀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지원하는 학교 바우처(voucher) 제도를 미국 최초로 플로리다 주에서 실시했으며 7년간 110억 달러 감세조치를 단행했다. 2000년 대선 악몽의 원인이었던 선거제도를 손질한 것도 업적으로 꼽힌다.
형사범 처벌을 강화하고 의사와 기업가를 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 주에서 공화당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 놓았다.
민주당원들도 그의 상품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스콧 매덕스 전 플로리다주 민주당 의장은 “그는 과거 어느 지사보다 주지사의 권한을 공고하게 했으며 우파의 어젠다를 들고 나와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그는 부시 가문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형 부시 대통령처럼 말실수도 없다. 라틴계 부인을 두고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그는 과거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히스패닉계를 더욱 공화당 쪽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비판론도 따른다. 댄 겔버(민주) 주 하원의원은 부시의 임기 중 생긴 일자리는 저임 노동직 뿐이고 감세 결과로 부유층만 덕을 보고 있다고 깍아내렸다. 그러나 부시 주지사의 과가 공을 가릴 정도는 아니라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미 정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민주) 상원의원과 부시 주지사가 차기 대선에서 격돌, 1992년 대선에 이어 클린턴 가와 부시 가문이 재대결할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