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경찰학교장 서영호(徐永昊) 치안감이 20일 오전 9시 20분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인 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48세.
고인은 이날 제176기 신임 순경(여경) 졸업식을 두 시간 정도 남기고 숨졌다. 그는 전날 오후까지도 아픈 몸을 이끌고 예행 연습을 진두지휘했다. 간암으로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내색을 않고 연습을 다 끝낸 뒤 관사에 돌아갔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졸업식은 보지 못했다.
평소 “민중의 지팡이가 제대로 서야 백성이 편하다”는 소신을 가졌던 서 교장은 업무 처리가 뛰어나고 겸손하며 노력하는 스타일이어서 선후배 사이에서 ‘성실한 엘리트’로 통했다. 올해 초 치안감으로 승진해 중앙경찰학교장을 맡은 뒤에도 투병 사실을 감추고 매일 새벽 출근해 밤 늦도록 일했다. 병마에 시달려 살이 많이 빠진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을 열심히 해 살이 빠졌다”고 하면서 오히려 남의 걱정을 덜어주려 애썼다고 한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경찰 조직의 큰 인재를 떠나보냈다”며 비통해 했다. 교장이 없는 졸업식에 참석한 허 청장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빈소로 향했다. 장을 잃은 졸업식은 숙연했다. 조문객들은 “항상 미소 띤 얼굴로 주변 사람을 대했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던 분”이라며 애석해 했다.
고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6년 사시(27회)에 합격한 뒤 89년 경찰에 투신했다. 경남 합천경찰서장, 경찰청 방범기획과장, 서울 관악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김미희(47)씨와 진수(대학생)씨 등 2남. 빈소는 서울 경찰병원. 장례식은 23일 오전 10 경찰청 청사 앞마당에서 경찰장으로 한다. 장지는 대전 국립묘지. (02)401_6099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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