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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시골집에서 올라온 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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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시골집에서 올라온 봄나물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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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말에 시골집에 내려갔어야 했는데 가지 못했다. 고향집에 가면 다른 것은 다 그만 두고 맨발로 밭을 좀 밟고 올 생각이었다. 어릴 때 어른들이 일하는 밭에 가면 어른도 아이도 다 맨발로 밭을 밟고 다녔다.

신이라고는 고무신 하나뿐인데 밭에서 그걸 신고 일하다 보면 금방 신발 속에 흙이 들어오니까, 또 고무신은 잘 벗겨지기도 하니까 모두 일을 하는 동안엔 그걸 밭 가에 벗어놓았다. 그런데 지금은 밭에서 일할 때 목이 긴 장화를 신는다.

또 고향집에 가면 밭둑 가득 올라와 있는 머위 줄기도 잘라오고, 엄나무의 연한 순(개두릅)도 따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지 못했다. 그랬더니 어제 시골집에서 물건 한 박스가 택배로 왔다.

박스를 열자 봉지마다 종류가 다른 봄나물들이 들어 있었다. 두릅도 있고 개두릅도 있고 머위도 있고, 또 테이프로 뚜껑을 친친 감은 박스 하나를 열자 그 안에 돌나물 물김치가 들어 있었다.

나이라도 어리다면 몰라. 나도 군에 보낸 자식이 있는 어른인데, 이렇게 늘 부모님한테 철마다 시절음식을 받아먹는다. 기쁘면서도, 언제까지 이러실 수 있을까 마음이 아려왔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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