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치’의 선구자격인 열린우리당이 최근 ‘인터넷의 덫’에 빠졌다. 민주적 토론과 의견 수렴의 장으로 삼고자 했던 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특정인들의 비방글로 도배된 지 오래다. 참여정부 출범과 원내 과반의석 확보의 1등 공신이었던 인터넷은 이제 우리당의 계륵이 됐다. 지도부는 “인터넷 때문에 당심의 왜곡이 심각하다”고 한탄하지만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몇몇 당원의 게시판 독점과 비방 글 범람이다. 9일 이후 열흘간 게시판에 올라온 글 가운데 게재 수 상위 5명의 글이 15~27%를 차지했다. 게시판에서 휴지통 역할을 하는 ‘해우소’로 보내지는 글이 지난해엔 75건에 불과했지만, 전당대회 의장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올 3월 이후 비난과 모욕적인 언사가 난무하면서 200건을 넘어섰을 정도다.
당내에서는 그 이유를 정파간 힘겨루기에서 찾는 의견이 많다. 전당대회를 전후로 일부 게시판 독점자들까지 가세한 채 진행된 개혁당 그룹과 국민참여연대, 구 민주당 그룹, 386 사이의 격한 비난전 와중에 많은 당원들이 자제를 호소하다 결국 게시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쏟아진 문희상 의장과 염동연 상중위원에 대한 비난을 같은 이유로 분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 중진들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과거사법을 들어 ‘게시판 정치’가 당론까지 뒤흔든다고 우려한다. “많은 의원들이 의총에서 여야 합의안을 박수로 통과시켜 놓고도 인터넷이 무서워 본회의장에서는 기권하거나 반대했다”는 얘기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해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때처럼 원칙과 명분에 어긋난 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원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하지만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거나 지도부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퍼붓는 것은 당력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인터넷 정치 활성화라는 기본입장에 배치되고, 당내 분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제재 방안마련에 소극적이던 우리당 일각에서는 권한이 강화될 당 윤리위를 주목하고 있다. 전자정당추진위 관계자는 “윤리위 운영세칙을 확정하면서 정도가 심한 비난글에 대한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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