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치’의 선구자 격인 열린우리당이 최근 ‘인터넷의 덫’에 빠졌다. 민주적 토론과 의견 수렴의 장으로 삼고자 했던 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미 특정인들의 비방 글로 도배 된 지 오래다. 그래서 “당심의 왜곡이 심각하다”는 한탄이 많지만, 지도부는 속수무책이다.
우리당 관계자들은 당 게시판 운영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몇몇 당원의 게시판 독점과 비방 글 범람 때문이다. 9일 이후 열흘간 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가운데 게재 수 상위 5명의 글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7%를 차지했다. A씨는 5월 들어 매일 5.2건을, B씨와 C씨도 각각 3.6건, 3.4건을 게재했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다. 일일 평균 70~150건인 게시판 글 가운데 비난 글이 많게는 절반에 이르는 날도 있다. 상호 비난의 심각성은 게시판에서 휴지통의 역할을 하는 ‘해우소’ 상황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우소로 보내진 글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75건에 불과했지만, 전당대회 의장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올 3월 이후 200건이 넘었다. ‘궁물연대’, ‘빽바지’, ‘난닝구’, ‘닝기리’라는 식으로 특정 정파를 비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장과 상임중앙위원들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비유도 넘쳐 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상위 게재자는 이 같은 비난전을 주도하고 있어 게시판의 역기능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B씨의 경우 5월 들어서만 21건의 글이 해우소로 보내졌는데 같은 기간 해우소 전체 글의 3분의 1에 달한다. 최근 열흘간 B씨를 비난할 목적으로만 쓰여진 게시판 글이 20건이나 된다.
하지만 중앙당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심한 비난 글에 대한 제재를 검토했지만 분란만 가중될 뿐이라는 주장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 당직자는 강화되는 당 윤리위의 권한에 기대하고 있다. 전자정당추진위 관계자는 “인터넷이 참여정부 출범과 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번은 그 폐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윤리위 운영세칙을 확정하면서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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