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의 지하 보도. 앞서 걷는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허리 곡선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어머나” 했다.
짧은 볼레로 아래 허리 곡선이 엉덩이선을 타고 골반 바지로 이어지는 순간, 시선을 붙잡은 것이 팬티였다. 바지 밑위가 짧다보니 팬티 허리선이 그대로 보인 것.
브랜드명을 봐 달라며 로고를 대문짝으로 새긴 팬티거나 색상이 화려한 것도 아닌 걸로 보아 계산된 노출이 아니었다. 아름답게 노출하려면 열심히 챙겨 입어야 한다는 역설을 확인한 순간,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유행이 뭐길래!”
때 이른 더위에 거리의 노출 수위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데다 ‘몸짱’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 탓인지 노출 패션은 갈수록 과감해지는 추세.
특히 올해는 가슴골을 훤히 드러내는 클리비지 룩은 물론 어깨와 등을 드러낸 오프 숄더 패션, 아슬아슬하게 골반에 걸쳐 입어 배꼽과 유연한 허리 곡선을 보여 주는 골반바지 등 유행 상품들도 모두 노출을 강조한다.
문제는 노출이 심해지는 만큼 속옷 선택에 그만큼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노출 패션용 속옷은 따로 있다.
비비안 디자인실 유연실 실장은 “불과 2년전만 해도 노출 패션용 기능성 속옷들이 구색 맞추기 정도로 출시됐지만 최근엔 5~8월 시즌의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면서 “20,30대 시장에서는 로라이즈 스타일 전용 속옷이 여름철이면 전체 팬티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인기”라고 말했다.
♡ 짧은 밑위 해결사- 골반팬티
올해 패션 스타일 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로 라이즈(low-riseㆍ밑위 길이가 짧은 하의) 스타일의 득세다. 봄부터 유행하고 있는 로 라이즈 진뿐만 아니다. 여성스러운 느낌의 풍성한 히피풍 플레어 치마도 허리가 아닌 골반에 걸쳐 입는 스타일이 인기.
자연히 속옷도 겉옷의 변화에 맞춰 허리선이 낮아지고 있다. 일반 팬티보다 허리선이 7cm정도 낮게 디자인돼 골반뼈 바로 아래쪽에 걸쳐 입게 돼 있는 골반 팬티들이 다양하게 출시되는 추세.
밑위 길이가 10cm에 불과한 초미니 골반 팬티도 등장했다. 또 앉았을 때 들뜬 바지 허리선 밑으로 팬티 밴드가 보이는 것을 막기위해 뒤쪽을 완만한 V자로 판 것들도 많다.
♡ 안 입은 척- T백 팬티, 저중심 브라
얇고 몸에 꼭 끼는 바지 차림을 위한 T백(T-back) 팬티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T백이라는 이름은 뒷모습이 마치 T자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것으로 정식 명칭은 쏭(thong)팬티. 팬티 뒤쪽이 끈 하나로 되어 있어 ‘좀 불편하다’는 의견과 ‘생각보다 편하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팬티 라인을 없애는 효과면에서는 가장 탁월하다.
가슴 노출이 심한 옷에는 저중심 브라가 대안이다. 안경처럼 보인다고 해서 ‘안경 브라’로도 불린다. 양쪽 브라컵을 잇는 앞 중심이 얇은 끈 형태로 되어 있거나 거의 없는 형태로 가슴골을 드러내는 클리비지 룩(cleavage look)을 소화하기에 딱이다.
어깨를 드러내는 옷에는 1/2컵 형태의 끈 없는 몰드 브라가 좋다. 가슴선이 낮아 겉옷 밖으로 브라 위쪽이 노출될 염려가 거의 없고 안정적으로 가슴을 받쳐 준다.
♡ 속옷도 액세서리- 패션 브라끈
민소매 티셔츠나 홀터넥(halter-neckㆍ어깨끈을 목뒤로 돌려 묶는 스타일) 원피스, 아예 어깨끈이 없는 튜브형 탑 등 어깨와 등을 노출시키는 옷들을 위해 브래지어 어깨끈이 패션 액세서리화하고 있다.
화려한 메탈이나 알록달록한 인조 보석, 모조 진주 등 각종 패션 액세서리에 많이 사용되던 소재들이 브래지어 끈에 사용되고있다. 대부분 탈착 형태로 되어 있고 패션 브라끈만 따로 내 놓고 있는 업체들도 많아 겉옷의 느낌이나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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