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종합주가지수가 19일 외국인들의 폭발적인 선물 순매수로 프로그램 매수가 3,000억원 이상 들어오면서 20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수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전날 미국 물가지수의 하향 안정세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및 공격적 금리인상 우려가 줄어든 데다 북핵 리스크도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5월 증시를 짓눌렀던 대내외 악재가 해소 국면을 맞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다우 나스닥 S&P500 등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급등했다. 이날 발표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달과 같았던 것이 급등의 가장 큰 이유였다. 국제유가도 배럴 당 47달러 수준으로 하락, 물가 불안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우려를 덜어주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전날 미국 증시의 상승은 기술적 반등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5월 초 상승은 낙폭 과대에 따른 일시적인 되돌림이었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연속 상승은 지금까지의 악재를 지수가 반영하고 극복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괴롭혔던 대내외적 악재도 조금씩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우선 5월 들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부각됐던 북핵 리스크가 남북 차관급 회담 성사 등으로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 위안화 절상의 경우 중국이 미국 측의 압력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미 오래 묵은 재료인데다 설사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안도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여기에 펀드 수탁액이 2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수급 측면에서 간접투자로 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반등의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증시가 박스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인 상승추세에 접어들기에는 아직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9일 거래대금이 모처럼 2조원을 넘어섰지만, 950선에 몰려 있는 두터운 매물벽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숨에 뚫고 올라가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많은 부분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한 것이어서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경우 선물시장의 상황과 선ㆍ현물간 가격차에 따라 언제라도 매매 기조가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급주체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현물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외국인이 미 증시 상승에 따라 당분간 국내 증시도 좋을 것으로 보고 단기 매매 대상인 선물 매수를 늘린 것 같다”면서 “그러나 현물에서는 아직 대만 등 외국으로 조금씩 빠져나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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