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개된 남북 차관급 회담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미타결 쟁점을 둘러싼 협상은 여전히 빡빡했고, 합의문 문구 작성에서도 양측의 줄다리기는 치열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회담장인 개성 자남산여관으로 출발하기 앞서 조심스럽게 기대수준을 낮추었다. 이봉조 수석대표는 서울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북핵 문제는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합의문에 포함되도록 노력하겠지만, 포함되지 않더라도 합의를 하겠다는 뉘앙스였다. 이는 장관급 회담의 일정 확정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북핵 문제를 차관급 회담에서 선뜻 양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상황 인식도 엿보였다.
그래서 10시 40분께 자남산 여관에서 시작된 남북 수석간 접촉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였다. 20여분간 이수석 대표와 만난 김만길 북측 단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수석대표도 첫 접촉 후 “평양 6ㆍ15 5주년 행사에 참가할 대표단 구성 문제는 우리가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전 중 추가 접촉은 없었고, 양측은 첫 접촉에서 제시된 상대방 협상안을 검토하면서 오후 접촉에 대비했다.
밝아진 협상 분위기는 점심식사에서도 드러났다. 분위기가 험악했던 이틀 전 양측은 따로 점심 식사를 했지만 이날은 점심을 함께 했다. 양측은 비가 갠 화창한 날씨, 개성 풍광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면서 비교적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협상의 전척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양측은 오후 들어 대표접촉을 통해 절충을 시도했고, 각자 작성한 합의문(공동보도문) 초안을 상호 교환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갔다.
남측 관계자들은 “비료, 장관급 회담 일정, 6ㆍ15 행사 등 주요 문제에서 곁가지들을 쳤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합의문에 반영할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회담은 장관급 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며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아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 문제 해결을 병행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남북 대화에 임했지만 남측 대표단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단 남북관계 복원쪽을 택하는듯했다.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던 이날 오후 3시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사무국 상황실을 찾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받고 현장으로 지침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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