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6, 18로 외곽을 봉쇄하자 흑은 일단 21까지 안에서 사는 형태를 취했다. 아직 43의 곳에 치중수가 남아 있어서 완생 형태는 아니지만 주변의 백돌이 허술하기 때문에 당장 사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24로 우변 백을 안정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귀의 흑을 살아 두어야 할 차례인데 허영호는 과감하게 25로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귀의 흑을 잡을 테면 잡아 가라, 대신 외곽을 완전히 싸바르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백도 싫다. 그래서 일단 26으로 중앙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지만 이어서 27이 계속된 강타. 여기서 섣불리 참고1도 1로 쌍립 서는 것은 위험천만. 즉각 2로 건너 붙이는 묘수가 준비되어 있다. 3으로 젖히면 11까지 귀의 흑은 잡히지만 대신 외곽이 선수로 봉쇄되어서 이것은 누가 봐도 백이 망한 모습이다.
백의 다음 수가 매우 궁금했는데 홍성지가 고심 끝에 28로 건너 붙이는 수를 찾아냈다. 이제는 반대로 백쪽에서 흑의 선택을 묻고 있다. 참고2도 1로 차단해서 백 두 점을 잡으려 한다면 2, 4로 변신, 하변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두 선수가 한 수 한 수마다 서로 무서운 함정을 파 놓고 상대방의 수읽기를 시험하고 있다. 결국 48까지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 결과는 흑백 모두 큰 불만 없는 형태 같기는 한데 과연 서로 최선의 진행이었는지는 좀더 정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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