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이르는 우리 교육 정책은 간섭과 통제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교육 정책의 주류가 여전히 교육적이기보다는 비교육적이다.
한때 정부가 유도한 수도권 대학의 지방 분교 설치는 대학 교육의 발전보다는 수도권 인구 분산이 주목적이었다. 서울 강북 지역 중고교의 강남 지역 이전 역시 중등교육 발전보다는 강남 개발 촉진이 주목적이었으므로 오늘날 ‘강남’ 문제의 불씨를 지핀 셈이다.
현재 추진 중인 공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역시 공기업 자체의 경영 정상화보다는 지역 균형 발전이 주목적이다. 합목적적이 아닌 정책 수단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고교 학군제도 고교 평준화가 주목적이었다.
원래 자립형이었던 사립학교까지 학군에 편입시켜서 예속형으로 전락시킨 통제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평준화 자체가 실현성이 희박한 유토피아적 이념이므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실과는 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평준화를 고집하는 한편으로 비평준화된 특수목적고 등을 설립하고, 균형 발전을 추구한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호소하는 이율배반적 정책 혼선이 초래된다.
학군제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박탈함으로써, 사회 이동의 장벽을 구축하고 계층 변화를 차단했다. 비현실적 평등 이념의 덫은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지역 불균형 발전을 조장하는 것이다.
해마다 바뀌는 대학입시 정책이나 이른바 ‘3불’ 정책 역시 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의 발전보다는 사교육비 경감이 주목적이므로 태생적으로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정책이다. 대학은 평준화된 학생이 아니라 차별화된 학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평준화를 고집할수록 차별성을 추구하는 학생들은 과외 교육(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기 마련이다. 수능 시험을 강화하면 수능 학원으로 몰려가고, 면접, 논술, 내신 등을 강화해도 마찬가지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마침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규 교육(공교육)과는 달리 과외 교육은 그런대로 다양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정규 교육과의 경쟁에서 늘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역대 정권의 단골 메뉴인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오히려 사교육비를 눈덩이처럼 불린 소이가 바로 학군제에 의한 통제와 교육 정책의 비교육성에 있는 것이다. 우선 대학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에서 탈피해 정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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