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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먹이찾기 수수께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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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먹이찾기 수수께끼 풀었다

입력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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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허니’의 임무는 꿀과 과즙이 풍부한 식물을 찾아내 보고하는 것이다. 먹거리를 찾아낸 허니는 즉시 벌집으로 돌아와 일벌들을 불러 모은다. “자, 우리 식구들을 먹여 살릴 꿀을 찾아 나서자! 먹거리의 위치는….”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지도를 그릴 수 없는 꿀벌이 먹이가 있는 곳을 다른 꿀벌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동물학자들의 오랜 관심사다. 학자들은 집단적으로 목표지점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며 꿀벌들이 자기만의 언어체계를 지녔다고 짐작하지만, 이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꿀벌의 행동에 관한 가장 유명한 연구는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가 1920년대 연이어 발표한 꿀벌의 엉덩이 춤에 관한 논문이다. 프리슈는 “먹이 찾는 역할을 맡은 꿀벌이 과즙이나 꽃가루가 나오는 곳을 찾으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출동할 일벌을 모은 후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엉덩이로 복잡한 춤을 춘다”고 설명했다.

이 춤은 움직임과 방향 등 두 가지 코드로 이뤄져 있다. 꿀벌이 엉덩이로 원을 그리면 먹이가 75㎙ 이내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먹이가 이보다 멀리 있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꼬리를 흔드는듯한 동작이 주로 쓰인다. 일벌들은 정찰병 꿀벌의 춤 모양새로 표현된 먹거리 위치를 기억체계에 입력하고 일제히 출발한다. 이들은 방향을 찾기 위해 태양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일종의 나침반 겸 이정표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슈는 1973년 꿀벌의 행동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으나 다른 학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우선 먹이를 찾아 나선 일벌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였다. 만약 일벌이 엉덩이 춤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갖고 먹거리를 찾아 떠난다면, 이들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목표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벌들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늦었다.

엉덩이 춤 이론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꿀벌이 정확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찾으러 갔다 온 꿀벌이 다시 그 지점으로 갈 때 막연히 냄새를 맡고 뒤따라갈 뿐이라는 이론을 제기했다. 지금까지는 자연상태에서 수많은 꿀벌의 움직임을 제대로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양쪽 이론은 모두 가설에 머물렀다.

그런데 영국 동물학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최첨단 기기를 사용해 꿀벌의 움직임을 정확히 따라잡았다. 영국 로담스테드 연구소 재닛 라일리 박사팀은 약 40마리의 일벌에게 초소형 레이더 추적장치를 장착한 후 이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찰병 꿀벌의 지시를 받은 19마리 대부분이 먹거리가 많은 장소를 정확히 찾아갔다. 먹이 부근에 도달한 일벌들은 각자 어떤 먹이를 수집해 실어 나를지 꽃이나 과일을 고르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때로는 20분 이상 걸리는 이 최종 과정은 지시를 받은 일벌들이 먹거리에 도달할 때 생기는 시간 지연을 설명해준다.

연구팀은 또 같은 지시를 받은 다른 일벌 17마리를 잡아서 벌집 남서쪽에 위치한 인조 벌집 세 곳으로 데려간 후 방출했다. 그 결과 이 일벌들은 먹이의 실제 위치와는 상관없이 원래 벌집에서 출발한 일벌들과 같은 패턴의 움직임을 보였다. 먹이는 지시 받은 벌집의 동쪽에 있었는데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에도 벌들은 한 마리도 빠짐 없이 동쪽으로 향했다. 만약 먹이의 향기를 따라간 것이라면 이들은 동북쪽으로 향해야 한다.

라일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프리슈의 엉덩이 춤 가설이 옳다는 것을 강력히 뒷받침한다”면서 “앞으로 곤충용 초소형 레이더 장치를 통해 꿀벌 뿐 아니라 많은 곤충의 행동 패턴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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