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라는 책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키라’라는 어린이가 부자 되는 길을 알려주는 강아지의 조언을 따라 돈을 모으고 경제를 배워나간다는 소설로, 한때 어린이 경제교육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키라와 같이 목표를 정하고 용돈을 저축하는 알뜰 어린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책 끝 부분에 나오는 ‘펀드 투자’라는 경제활동은 아직 해 보지 않은 어린이들이 많을 것이다. 간접투자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자녀에게 권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투신권의 부실과 불투명한 펀드 운용, 악명 높은 스팟 펀드의 유행 등 과거의 기억은 투자자들에게 펀드보다는 은행 상품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펀드 운용의 기술과 투명성이 크게 발전했고, 장기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던 국내 주식시장도 이제 재평가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렇다면 자녀와 함께 ‘어린이 펀드’에 가입해 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 펀드란 만 20세(또는 18세) 미만의 어린이나 청소년만 가입할 수 있는 펀드로, 월 5만~10만원의 소액을 꾸준히 적립해 대학 학자금도 마련하고 무료 상해보험 가입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상품이다. 가입자 대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실을 여는 증권사가 많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경제 관련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일시에 해약할 필요 없이 학자금이 필요할 때 여러 번에 나누어 찾을 수 있을 뿐더러, 교육보험 등과 달리 환매수수료 징수 기간(보통 3개월~3년)이 지난 뒤 환매하면 원금과 수익금에 전혀 손실을 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자녀 명의로 부모가 적립하면 원금 1,5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으며, 원금에서 불어난 수익금에는 증여세가 붙지 않아 세제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어린이 펀드는 대부분 가정의 달 특수를 노리고 최근 설정된 상품이 많아 과거 수익률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운용사와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 알아본 다음, 이들의 과거 펀드 운용능력을 평가해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무리 다양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해도 운용을 잘못해 나중에 손실을 본다면 헛고생이기 때문이다. 단, 최근 한두 달 동안의 수익률이 나쁘다고 해서 앞으로도 나쁠 것이라 단정할 필요는 없다. 적립식 투자의 특성상 장기간 투자하면 매입단가 하락 효과가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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