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공업체를 대표하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사활을 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미 군납 경쟁으로 한 판 승부를 벌인 양 사는 이번에는 정통 불가리아 유산균 발효유 논쟁으로 법정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 불가리스 VS 불가리아
두 업체간 불가리아 발효유 경쟁은 맞소송으로 비화됐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초 불가리아 국영기업 ‘LB불가리쿰사’와 불가리아 정통 유산균을 독점공급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일 불가리아’를 최근 출시했다. 이에 1991년부터 ‘불가리스’라는 이름으로 발효유를 생산하고 있던 남양유업은 지난달 25일 매일유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남양유업은 “매일 불가리아는 불가리스와 상표와 디자인이 유사해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두 제품의 주고객 층이 일치해 14년간 650억원을 투자해 쌓아온 불가리스의 브랜드 가치에 무임승차 하려는 부정경쟁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매일유업도 가만있지 않았다. 매일유업은 18일 ‘불가리스’를 판매중인 남양유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며 맞받아쳤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는 불가리아로부터 유산균을 공급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불가리아를 연상시키는 상표와 광고를 통해 유산균의 원산지를 불가리아로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 미군납 경쟁
두 업체는 미 군납 자격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남양유업은 3월말 미국 살균유 법령(PMO) 심사를 통과하고 지난달 1일부터 미군에 우유와 발효유 등을 납품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PMO 통과 이후 “주한미군 주둔 6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국산우유 제품을 미군에 단독 납품하게 됐다”며 관련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매일유업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말 “우리도 PMO 통과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면서 “조만간 심사를 통과하면 남양유업의 독점공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이 달 초 미군 당국 검사관들에게 평택 공장 설비를 최종점검 받았으며, 조만간 미군의 심사결과가 나오면 바로 가격경쟁을 통해 군납권을 따낸다는 방침이다.
업계관계자는 “두 업체간 신경전이 도를 넘어서 업계 전체가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보다는 제품의 질을 통한 선의의 경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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