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를 연상시키는 모바일게임이 제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
모바일게임 전문개발업체인 ‘C프로덕션’이 개발, 6월말 출시 예정인 ‘서울 타이쿤’이라는 이 게임은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놀이로 서울시 개발사업에 뇌물 수수가 횡행하고, 시장이 이를 챙기다 걸리면 구속되면서 끝나는 내용. 이에 대해 서울시의원이 나서서 서울시의 명예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게임의 기본구성은 사용자가 직접 서울시장 직함으로 4년간 서울 각 지역에 건물을 건설하고 정책을 시행하며 재난사고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뮬레이션. 임무를 잘 수행하면 인기가 높아지고 재선에 성공하게 되지만 도시를 재개발하는 도중에 개발업자가 주는 뇌물을 넙죽넙죽 받아먹다가는 쇠고랑을 차고 게임이 끝난다. 최근 양윤재 행정2부시장 등이 구속된 청계천 주변 재개발사업 비리의혹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이 게임은 컴퓨터용 도시개발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은 종류이지만 휴대폰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게임은 SKT, KTF 등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며 정보 이용료는 2,000원이다.
청계천 복원이나 뉴타운 등 구체적인 사업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시 지도를 바탕으로 실제 장소와 건물이 유사한 형태로 등장하는 데다, 개발사업 때마다 뇌물이 오가는 상황이 설정돼 서울시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전대수 서울시의원은 18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질의를 통해 “이 게임이 청계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장의 명예와 서울시의 위상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대응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서울시장이 개발사업을 하면서 뇌물을 받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재현함으로써 서울시가 복마전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C프로덕션측은 “청계천 관련 비리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기획한 것이고, 흥미를 위한 단순한 게임”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최근 사건과 맞아떨어져 정치에 관심이 많은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10만 건 정도 다운로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용이 치졸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는 하지만 창작의 자유가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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