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의 방향은 워싱턴 발 보도가 좌우한다.’북한 핵 관련 정보를 담은 미국 언론의 보도가 전세계 언론을 타고 전파되면서 북 핵 위기를 증폭시켜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 정보기관의 ‘당국자’나 정보 브리핑을 받은 ‘미 정부 고위 관리’, ‘아시아 국가 관리’ 등과 같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북한 핵 정보 관련 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의 진위나 사실 관계를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러는 사실로 확인되기도 하지만 진위가 모호한 상태로 인용이 반복되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오보로 밝혀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북한 관련 정보는 수집의 제한성과 확인의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를 쥔 쪽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설익은 정보를 흘리는 일을 쉽게 한다. 이 때문에 정보 통제를 통해 미 정부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대북 강경파들의 유혹과 언론의 속보, 단독 보도 경쟁이 가장 잘 결합할 수 있는 분야가 북한 핵 정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 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파와 협상파가 치열한 노선 투쟁을 하고 있던 2003년 7월 20일자 뉴욕 타임스와 CNN은 잇달아 북한의 제2 핵 시설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
휴전선 부근에 설치된 미군 센서에 플루토늄 재처리 때 나오는 크립톤 85 가스가 검출됐다는 것을 근거로 한 보도였다. 그러나 러시아 극동지역의 핵 발전소에서 크립톤 가스가 배출됐을 가능성이 지적되는 등 이 보도는 그다지 신빙성을 갖지 못했다.
같은 달 1일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소형 원자탄 개발 및 고폭 실험 의혹을 보도했는데 북한이 1984년 이후 지속적으로 고폭 실험을 해온 사실을 간과한 과장 보도의 측면이 강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양강도 열차 폭발 사건 당시엔 미 언론들은 강도 상공에서 목격된 버섯 구름을 “핵 실험의 결과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원료인 6불화 우라늄을 리비아로 수출했다는 2월 초 뉴욕 타임스 보도는 수출을 주도한 파키스탄 핵 밀매 조직의 역할을 잘못 다룬 대표적 오보 사례로 꼽힌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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