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주한미군의 자유로운 이동과 역할 확대’를 뜻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두 차례나 내부 회의를 열며 조사했던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외교안보팀이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협상하면서 부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느냐는 국정상황실의 문제 제기가 4월초에 있었다”면서 “그래서 지난달 두 차례 내부 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간에 긴장을 불러온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놓고 정부 내에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히 신임하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차장이 대통령의 신임을 믿고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아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 정부 실세들로부터 찍혔다는 설 등이 나돌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이런 저런 추측들을 일축한다. 하지만 조사가 착수된 과정을 되짚어보면 미묘한 부분들이 없지 않다.
국정상황실은 4월초 “NSC 등 정부 협상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합의해놓고 나중에 번복했을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이 3월8일 공사 졸업식에서 “우리 국민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략적 유연성에 이의를 제기, 한미간 논란을 야기한 점을 고려한 문제 제기였다.
당시에도 노 대통령이 왜, 갑자기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거론했는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노 대통령이 NSC가 아닌 다른 정보기관으로부터 문제점을 보고 받았을 개연성은 있다.
그 이후 과정을 보면, 이런 추론이 더욱 그럴 듯 해진다. 노 대통령은 국정상황실 보고를 받은 뒤 이종석 차장을 불러 확인하고,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장관에게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4월6일과 4월15일에 정 장관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천호선 국정상황실장 등이 이 차장 등 NSC 사무처 관계자들을 상대로 질의하는 ‘청문 조사’를 벌였다. 회의 결과 NSC가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밝힌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통상적 업무 점검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위원장측도 “갈등설, 견제설은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한미간 이견 뿐만 아니라 정부 내부에서도 미묘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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