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로 호화생활을 하다 빚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자신을 재벌가 딸로 속이고 의사와 결혼한 뒤 ‘사업자금’등의 명목으로 시댁에서 8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논현동에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운영하던 A(37ㆍ여)씨는 2002년 초 와인바에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B(38)씨를 만났다. 1999년 이혼한 후 두 아이는 전 남편에 맡겨둔 채 빚으로 호화생활을 해온 A씨는 B씨에게 자신을 이화여대를 졸업한 W건설 회장의 딸이라고 속였다.“패스트푸드 체인매장 여러 개를 가지고 있으며 아버지로부터 아파트도 여러 채 물려받았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B씨는 재벌가 사위가 되면 병원 운영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A씨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2002년 11월 R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신부측 가족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아버지와 싸워서 혼자 산다”고 둘러대는 신부의 말을 곧이들었다.
결혼 전부터 매장 인수 명목 등으로 B씨에게 돈을 요구했던 A씨는 결혼 후 더욱 노골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돈을 요구한 명목도 세금 납부, 국세청 국장에게 줄 뇌물, 매장 직원에 대한 퇴직금 등 다양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A씨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서 뜯어낸 돈은 200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8차례 80여억원에 달했다.
A씨는 B씨가 사채업자들의 독촉장을 발견하고 의심을 품자, 이번에는 B씨의 부정행각을 담은 몰래 카메라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협박해 남편에게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손기호 부장검사)는 17일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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