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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즈벡에서 되풀이 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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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즈벡에서 되풀이 된 비극

입력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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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 또 벌어졌다. 한창 확산되고 있는 반 정부시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피해는 엄청나고 참혹했다.

시위 발생 불과 3~4일만에 몇몇 병원과 현장에서 확인된 희생자만 최소 500~600명을 헤아린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군의 발포로 사망했는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1980년 광주의 비극이 우즈벡에서 재연됐다는 언론 보도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우리가 더 주목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대응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3년 그루지야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들불처럼 번진 시민혁명에 한껏 흡족해 했다. 자신이 집권 2기 외교독트린으로 제시한 ‘민주주의 확산’이 혁명을 촉발했다면서 앞으로도 자유증진의 선봉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우즈벡은 어떤가. 앞서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에서 독재자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물러났다. 시위대 뒤에 있는 미국의 존재가 그들의 손발을 묶은 것이다.

그런 미국의 자유의 깃발은 유감스럽게도 우즈벡에서 보이지 않는다. “인권과 테러활동을 우려한다”는 국무부의 짤막한 논평이 전부다. 시위대의 주장을 인권과 자유의 차원으로 해석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무엇이 미국의 인식을 천양지차로 만들었을까. 독재와 경제실정, 부정부패로 가득찬 정권이라는 데는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미군기지를 제공한 친미파라서 편드는 것이라면 부시 정권은 정말로 어찌해볼 수 없는 집단이다.

이런 태도는 독재자에겐 학살의 OK사인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의 2중 잣대로 빚어지는 비극의 악순환이 언제나 끊길 것인가.

국제부 황유석기자 ag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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