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련 비리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일주일 째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권씨 검거에 나서고 있으나 권씨의 용의주도한 도피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16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권씨는 현재 본인의 휴대폰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폰을 몇 개씩 갖고 다니며 바꿔 사용하거나 공중전화로 측근들과 연락하고 있다. 검찰은 그가 현재 서울 송파구 풍납동 자택과 연고지인 부산에는 없다는 정도만 파악했을 뿐 흔적을 전혀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권씨는 평소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교분을 쌓는 등 마당발로 통했기 때문에 이들이 권씨의 도피를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렸다. 부산택시노조 위원장으로 일했던 1994년 권씨는 택시기사 운전복 납품 대가로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검찰의 추적을 받았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다 2년만에 체포됐다. 당시 부산지검에서 수사를 맡았던 한 검사는 “권씨는 돈을 받거나 도피하는 수법이 간첩을 연상할 정도로 매우 치밀해 검거 및 수사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또 검찰은 98년 부산택시노조 복지협회 이사장이었던 권씨에 대해 협회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구인장을 발부 받았다. 검찰은 그가 자진출두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수사력을 동원하고도 검거에도 나서지 않았으나 권씨가 돌연 약속을 깬 뒤 잠적해 진땀을 뺐다. 권씨는 오랜 도피생활 끝에 2001년 검찰에 자진출두한 뒤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는 8월30일까지 권씨는 주변 인물들을 만나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면서 도피 행각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권씨를 전국에 지명수배하고, 피의자가 증인을 회유해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관련 자료를 확보, 증거보전신청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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