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사업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유재만 부장검사)는 15일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출신 K씨가 을지로2가 5지구 재개발사업을 추진한 미래로RED 대표 길모(35)씨에게 전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복원계획담당관 박모(현 강남구청 도시관리국장)씨 등을 소개시켜주고 이들의 금품수수 현장에도 동석한 정황을 포착, K씨의 역할에 대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K씨가 미래로RED의 고문으로 수개월간 활동하면서 고문료로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미뤄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미래로RED로부터 3,000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박씨와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모(52·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씨를 각각 뇌물수수와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03년 10월과 2004년 2월 길씨를 만나 "도심부 발전계획안을 입안할 때 건물고도제한을 완화시켜달라" "양윤재(현 서울시 부시장·구속)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2차례에 걸쳐 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씨가 길씨를 만난 후 고도제한반대 입장을 철회한 반면, 고도제한 완화에 끝까지 반대했던 시정연의 정모 연구원은 이후 연구에서 배제된 정황을 확보,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한 외압이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청계천 재개발 주도 구속교수 역할 ‘주목’
청계천 주변도심재개발 비리와 관련돼 구속된 김모(52·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씨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도심부 발전계획을 입안할 당시부터 참여한데다 고도제한 완화에 앞장선 핵심 브레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청계천 비리 수사에 또 다른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충남대 건축공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2년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93년부터 지난 3월 서울대로 옮기기까지 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에서 일해온 전문가. 김씨는 10여년간 시정연에서 ‘서울 도시형태와 경관’(1996년) ‘수복형 도시정비수법연구’(2000년)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2004년) 등 굵직굵직한 서울시 재개발 관련 프로젝트들을 주도해왔다.
특히 김씨는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청계천 개발 등 도심재개발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한 주체라는 점에서 ‘미래로RED’사 길씨 부자의 로비권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씨는 2003년 10월과 2004년 2월에 길씨를 만났다.
검찰은 2003년 10월 길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김씨가 이듬해 2월에 열린 ‘서울시 도심부 발전계획안’ 2차 토론회에서 기존의 입장을 바꿔 고도제한 완화를 주장했으며, 토론회 직후 길씨가 김 교수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다시 만나 2,000만원을 추가로 전한 혐의를 포착,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고도제한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공원부지 제공을 내세우는 바람에 길씨가 불만을 터뜨렸다"며 수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시 고위관계자도 "김 교수는 전형적인 학자풍으로 검은 돈을 받을 만한 배짱이 없는 사람"이라며 "시정연 연구위원의 영향력은 시 사무관보다 못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씨가 양윤재 부시장의 구상을 구체화한 장본인으로 결국 양 부시장이 재직하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영전했고, 도심부발전계획안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고도제한 완화를 반대한 동료 연구위원이 연구 라인에서 도중에 배제됐던 사실이 ‘청계천 비리’ 퍼즐을 푸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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