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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면복권은 정치적 포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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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면복권은 정치적 포상인가

입력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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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부처님오신날(15일)을 맞아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기업분식회계 관계자 등 31명의 경제인에 대해 특별사면·복권을 실시했다. 이번 사면에 대해 경제계와 여당은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쉽게 납득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국정운영의 필요에 따라 사면권을 ‘정치적 포상’으로 무분별하게 남발해 비판을 받았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면·복권에 포함된 경제계 인사들은 불법정치자금 조성·제공, 분식회계, 부당내부지원 등으로 사법부에 의해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불법적인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분식회계로 천문학적인 불법정치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에 제공한 사건으로 온 국민들이 분노했을 때 정치권은 불법적 대선자금을 국고에 환수하겠다고 했으나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약속은 지켜졌는가? 우리 기업의 30%이상이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를 근절하겠다는 노력은 없고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추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도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재벌기업이 분식회계의 실태를 고백하거나 근절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는 등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무엇 때문에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사면을 추진하는 것인가.

단지 변화된 것은 정치권, 재계, 일부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투명사회협약을 맺었던 것이다. 투명사회협약은 우리사회의 투명성을 높여 부패를 극복하고 사회적 신뢰를 형성해 선진화 및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이 협약은 실천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명시적 선언 의미만 갖고 있다.

사실 이 협약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경제계다. 집단소송제 실시 유예 등 기업경영의 투명화를 위한 기본적인 정책에 대해 책임을 면제받거나 적용 유예 조치 등을 얻어낸 것이다. 이번에는 불법적인 대선자금 제공이나 분식회계로 사법적인 심판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의 사면·복권까지 관철하였다.

경제계의 사면은 재계가 우리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를 극복한다는 사회협약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스스로가 분식회계 현황과 실태를 고백하고, 재발방지와 과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을 제시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법적 책임을 지는 이후에야 타당하지 않을까? 정부가 재계의 과거 악습을 단호하게 척결하여 투명한 기업경영에 나서도록 해야 함에도 투명사회협약이라는 모양을 갖추어 이를 불법적 행위를 덮어주는 모양 갖추기로 활용하자는 것은 아니었는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부정부패를 근절하고자 부동산에 투기에 대한 격정적인 발언과 정책을 연일 쏟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국민들은 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이다. 하지만 사면권 행사는 대상과 사안,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원칙없는 사면권 남용은 국민들에게 준법의식의 불신을 가져오고, 국민통합을 심각히 저해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오히려 이 시기에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여 법의 정의, 경제정의, 국민통합을 해치기보다는,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토록 하는 공직윤리 강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기에 나서야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다. 특별사면의 코드는 누구에게 맞춰져 있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특별사면·복권은 심히 유감이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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