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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안감 주는 日 ‘쇼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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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안감 주는 日 ‘쇼와의 날’

입력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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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나날을 거쳐 부흥을 이룩한 쇼와(昭和) 시대를 돌아보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 지난주 일본 참의원에서 축일(祝日·국경일)법 개정안이 채택됨에 따라 부활한 ‘쇼와의 날’(4월29일)의 제정 취지이다.

과거 2차례나 폐기됐던 법안이 일본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쇼와는 히로히토(裕仁) 천황의 치세(1926~89)를 가리키는 연호이며, 4월29일은 그의 생일이다. 2차 대전 전 일본인이 천장절(天長節)이라고 부르며 기념하던 이 날은 전후인 1948년 천황탄생일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가 사망한 뒤 ‘녹색의 날’이 됐다. 히로히토의 생일은 국경일 리스트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 후 보수 우익세력은 이 날을 국경일로 부활하려고 끈질긴 노력을 벌였지만 그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히로히토는 재위 기간이 60여년에 이르는 천황이지만, 전쟁 발발 책임자의 생일을 사후에 국경일로 제정하는 것은 비판이 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 내에서도 침략의 고통을 당한 이웃 국가들의 눈을 의식하고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에 쇼와의 날이 제정된 것은 일본 국민정서의 변화를 보여 주는 사례다. 앞으로 전쟁을 반성하기 보다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과정을 떳떳하게 기념하겠다는 생각이 점차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패한 지 60년이 지난 오늘 일본에서는 여러가지 변화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인은 이를 ‘보통국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웃 국가들에는 우경화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준다. 쇼와의 날을 부활시킨 과정은 이런 걱정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김철훈 도쿄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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