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남북 차관급 회담의 분위기는 불편했다. 우리측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의 문을 일방적으로 닫았던 북측에 대한 책임 추궁과 북핵 문제에 대한 남측의 단호한 입장 개진이 개성 자남산여관 회담장을 지배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회담이 개시되자마자 북측에 쓴 소리를 퍼부었다. 이 차관은 “회담 중단 기간에 몇 가지 생각을 했다”며 “남북 합의사항은 지켜져야 하고 대화는 반드시 진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할 때만 회담을 하는 북측의 일방적이고 얄팍한 태도를 우회적으로 질타하는 언급이었다.
김만길 북측 단장은 즉답을 피하고 “개성은 첫 통일 국가인 고려의 수도여서 의미가 새롭다”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자 이 차관은 “개성으로 오면서 보니 귀측 지역에서도 모내기가 시작됐다”며 “회담을 잘해 풍성한 결실을 보자”고 말했다. 비료지원에 대한 북측의 다급함을 의식, 은근한 압박을 가한 것이다.
특히 오후 남북 수석대표간 접촉에서 남측은 작심한 듯 북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쏟아냈다. 이 차관은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지켜지지 못한다면 민족공조도, 남북 화해협력도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북측도 사뭇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남북은 오전 1시간의 전체회의를 통해 기조연설을 했고, 오후에는 수석대표간 접촉만을 진행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서울로 돌아왔다. 이날 대표단이 개성 자남산여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한 달 전만 해도 없었던 상품판매대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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