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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경제논리에 맞서 문화 다양성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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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경제논리에 맞서 문화 다양성 지켜내야"

입력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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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스 따르데스”(안녕하십니까?)

9일 정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4차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ㆍCoalition for Culture Diversity) 총회 회의장. 스페인어로 인사한 양기환(45) 한국세계문화기구를 위한연대회의(KCCD) 집행위원장은 힘차게 개막연설을 읽어 내려갔다. “통상 협상에 밀려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해졌습니다.”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는 세계 90여 개국 600여 문화단체가 소속된 문화연대회의다. 문화예술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흐름에 맞서 소수 문화를 보존하고 문화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1998년 출범했다. 지난해 제3차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고 양위원장은 당시 행사총괄 코디네이터로 참가했다.

제4차 총회는 각국의 문화정책을 국제법으로 보장하는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을 결정할 유네스코 제33차 총회를 5개월 앞두고 열려 더욱 주목을 끌었다.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와 고이치로 마츠우라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세계 문화인사 350여 명이 참여했다. 사흘간의 열띤 논의를 거쳐 ‘문화상품은 상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특수성을 지니며, 국제법을 통해 제정된 국제기구를 통해 분쟁조정이 이뤄져야 하고, 모든 국가가 소수문화 보호의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는 내용의 마드리드 선언을 발표했다.

“현재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통상협정은 영화, 방송 뿐만 아니라 전통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분야까지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화상품마저 비교우위 논리로 취급하다 보니 소수 문화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양 위원장은 ‘문화다양성 협약’에 법적 강제력을 부가해야 한다는 세계 문화인들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진전될수록 문화 획일주의는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휘둘리는 개발도상국들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화다양성 협약에 국제법의 지위를 반드시 부여해야 합니다.”

스크린쿼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통해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에 대해 묻자 양위원장은 ‘노무현 시계’ 얘기를 꺼냈다. “3차 총회 때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제를 보고 감동받은 세계 문화전문가들이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시계를 하나씩 받았어요. 그런데 이게 할리우드 패권주의에 맞선 기념품처럼 탈바꿈한 겁니다. 이번 총회 때 다들 이 시계를 차고 와서 자랑하듯 팔뚝을 치켜들더군요. 총회가 한국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 4개 국어로 통역된 것도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증명했죠.”

양 위원장은 “올해 10월 제정될 ‘문화다양성 협약’이 인류문화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자본주의에 이어 문화자본주의가 세계를 휩쓸면서 문화 다양성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문화가 상품 논리가 아닌 문화의 논리에 따라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전세계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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