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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 부시에게 묻고 싶다 北核 왜 쉬운길 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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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의 정치읽기] 부시에게 묻고 싶다 北核 왜 쉬운길 피하

입력
200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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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인 2000년 6월15일 기자는 평양에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서 였다. 짧은 체류였지만 많이 보고 느꼈다. 그 중에서도 기자를 안내했던 북한 요원과의 미묘한 우정은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당시 50대 후반의 전직 언론인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했지만 이내 친해질 수 있었다. 사적인 대화를 하다가 그는 조심스럽게 교사를 하는 아들의 장래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리 선생, 우리가 개방할 모양인데, 그러면 우리 얘가 뭘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영어를 공부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개방되면 영어를 하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데려가려 할 것”이라는 말도 해주었다. 행여 “미 제국주의 언어를 배우란 말이냐”는 반박이 나올까 은근히 걱정했지만 그는 대신 손을 꼭 잡으며 “고맙소”라고 답했다.

그를 통해 “북한이 변할 준비가 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북정상회담의 탄력을 받아 북미, 북일관계 개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도 가졌다. 그러나 6개월 후 미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하면서 이런 기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시와 콘돌리사 라이스, 도널드 럼스펠드 등 측근들은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들을 응징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도전이 생긴다”는 논리로 클린턴의 외교정책을 비판해댔다. 대북 포용정책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로부터 4년 반이 지난 지금, 북핵 문제는 꼬일 대로 꼬여있다. 제네바 핵 합의는 백지화했고 남북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폐연료봉을 인출했다고 협박하고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근거로 안보리 회부니 폭격이니 하는 응징론이 나오고 있다.

참 한심한 일이다. 미국은 9ㆍ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을 때렸지만 이라크는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북한은 굴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또 북한을 칠 것인가. 이라크 전비만해도 3,000억 달러에 달한다. 4년 반 전에 그 몇 십분의 일을 북한에 주고 타협을 했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미국이 북폭을 감행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는가. 전쟁이 터지고 주한미군 몇만 명에 우리 국민 수백만 명, 그리고 일본인들도 상당수 죽을 수 있다. 전비와 후유증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며 중국이 개입하면 사태는 정말 예측불허가 될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때릴 수 있을 것인가. 상식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타협을 해야 한다. 훨씬 비용이 덜 들고 안전한 길을 놔두고 왜 멀고 위험한 길로 돌아가려 하는지…그것을 부시 대통령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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