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진로는 민족미술 중흥에 있다.”
진부한 인식과 외면으로 흔들리고 있는 한국화의 위상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대규모 한국화 전시회 ‘한국화 비전 2005’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됐다. ‘동양화새천년추진위원회’ 주최로 2000년부터 매년 계속돼온 기획전이다.
2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는 특히 원로, 중견,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망라, 일반 관람객들이 한국화의 변화 과정을 한눈에 파악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도 가늠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1960년대 한국화단을 이끌어온 박노수, 서세옥, 안동숙, 김동수 등 원로작가 19명, 한진만, 이숙자, 한풍렬 등 중견작가 72명과 갓 대학을 졸업한 신예부터 30대 중반에 이르는 34명의 청년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에서 비롯된 진경산수, 단원과 혜원의 풍속화, 민화 등을 통해 독자성을 확보한 한국화단은 일제 강점기 이래로 식민정책과 문화침탈, 그리고 밀려드는 서구 조류 속에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중흥을 모색해 왔다. 민화를 재해석한 운보 김기창의 ‘바보산수’는 이러한 한국화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자 했던 시도의 한 전형이었다.
광복 이후 한국화단은 일제의 잔재을 쓸어내고 민족미술 중흥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서울대 미대에서는 근원 김용준이 중심이 돼 수묵화 교육이 시작돼 확산됐으며, 이러한 시도는 80년대 남천 송수남 등에 해 한국화의 신지평을 여는 운동으로 결실을 맺었다.
또 젊은 작가들로 구성된 묵림회는 기존 동양화의 한계를 과감하게 탈피,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로 화단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고, 청토회는 ‘남화산수’라는 새로운 화풍으로 변화를 모색해 나갔다.
동양화새천년추진위 임태규 위원은 “이러한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화가 과거에 비해 그 위상이 크게 퇴색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화를 중흥하고 더욱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작가의 능력과 작품활동에 따라 운영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작가를 선정,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 원로와 중견작가들은 각기 100호짜리 1점씩을 출품했고 청년작가들은 따로 마련된 개인부스를 따로 만들어 6~10점씩의 작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청년작가들은 한국적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도입, 기존 한국화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실험적인 작품을 대거 출품, 앞으로 한국화의 다양한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02)580-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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