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펀드 시대’가 다가왔지만 막상 고객의 자산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의 경영상태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증권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200조원에 육박하는 펀드를 관리하는 자산운용사는 총 47개이며, 이 중 30%(14개)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자본금 100억원이 전액 잠식된 곳은 9개, 50% 이상 자본잠식 회사는 2개였다. 특히 증권사나 은행 등 계열사 판매 채널을 갖추지 못한 자산운용사의 수익구조가 취약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부실화는 자산운용업계의 경쟁 격화로 증권사 등 판매회사에 대한 보수는 지나치게 높은 반면 운용보수는 매우 낮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운용사들이 받는 운용보수는 수탁액의 평균 0.18%로 판매보수(0.4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의 운용보수율은 작년 말 현재 주식형이 0.78%, 채권형이 0.55%, 머니마켓펀드(MMF) 0.39%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아 자산운용사들의 영업기반이 탄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자산운용사들이 지나치게 많아 전문성이 하향 평준화하는 바람에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진 게 문제”라며 “자율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감독기관의 감독기준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