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의 입사 5년차 대리 최윤영(32세)씨는 매달 21일마다 꼬박꼬박 퇴직연금 통장을 찍어본다. 매달 불입되는 퇴직금과 회사측 지원금, 여기에 짭짤한 운용수익이 더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한다.
투자전문 금융그룹 미래에셋이 증권사와 운용사 등 계열사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퇴직연금제를 실시한 것은 2003년 1월부터다. 정부가 관련법규를 마련하기 이전에 민간 기업에서 스스로 퇴직연금제를 도입한 첫 번째 사례다. 법에 따라 올 12월부터는 국내 모든 사업장에서 직원 개개인이 노사협의를 거쳐 퇴직연금제를 자율 도입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 직원 중 퇴직연금제를 선택한 비율은 90% 이상이다. 나머지는 기존의 퇴직금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연금제를 선택한 직원들은 “알고 보면 퇴직연금제가 더 안전하고 노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래에셋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연평균 수익률이 최소 9.5%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현재 28세인 신입사원 A씨가 54세까지 27년간 근무하고, 55세에 퇴직한다면 퇴직연금 재원(원금+수익금)은 총 6억3,887만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재직 기간 동안 매년 연봉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사가 적립해 퇴직 후에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퇴직연금제나 퇴직금제나 서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퇴직금제도는 적립금을 회사가 수탁 관리하기 때문에 회사가 부도가 나면 받을 수가 없게 된다는 위험이 있는 반면 퇴직연금은 수탁기관이 은행 등 금융회사이므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회사들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정기적으로 중간 정산하는 식으로 바꾼 데다 과거와 달리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이 잦아지자 퇴직금으로 일시에 목돈을 쥐는 경우가 줄었다. 이에 비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선택하면 회사를 옮기더라도 같은 계좌에 꾸준히 퇴직연금을 적립할 수 있어 유리하다. ‘확정기여형’이란 회사는 매년 일정 금액만 불입하고 나중에 근로자는 그동안의 운용수익률에 따라 다른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또다른 방식인 ‘확정급여형’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연금 규모를 미리 정하고 이에 맞게 회사가 불입금을 적립, 운용해 나가게 된다.
미래에셋이 선택한 것은 확정기여형 방식. 여기에 사원 복지의 일환으로 퇴직금 누진제의 성격을 더했다. 입사 1년 후부터 매년 법정 최소 퇴직금(연봉의 12분의 1)뿐 아니라 근속연수에 따라 이 금액의 30~40%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회사가 추가 적립해 주는 것이다. 이 금액을 합쳐 다시 12분의 1로 쪼갠 금액이 미래에셋이 자체 개발한 특정 펀드에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된다. 이 펀드는 안정성을 우선시해 주식투자비중을 30% 정도로 낮췄는데도 지난 2년4개월 동안 22% 이상의 짭짤한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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