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국과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터키에 대항한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건설을 위해 싸웠다."
쿠르드 반군을 이끌어온 압둘라 오잘란(56·사진)이 1999년 6월 터키 국가보안법원에서 반역 및 분리주의운동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지 꼭 6년 만에 재심을 받을 길이 열렸다. 그는 쿠르드족에게는 영웅이지만 터키인에게는 살인자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2일 오잘란에 대한 터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실시한 최종심리에서 11대6으로 재판이 불공정했다고 평결했다. 인권재판소는 "터키 법원에 군 판사가 들어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국제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재판을 재개하거나 그의 재심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46개 회원국 모두에 구속력을 가지는 유럽 최고 인권감시 기구인 인권재판소의 결정은 10월 EU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터키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평의회 회원국이고 EU 회원국 후보인 터키 정부는 뜻 밖의 ‘오잘란 악재’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일단 유럽 인권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터키의 여론은 극렬하게 들끓고 있다. 터키인들은 오잘란의 15년간에 걸친 무장 독립투쟁과 테러로 3만7,000명이 숨졌던 참상을 상기할 때 인권재판소의 결정과 터키 정부의 재심 추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