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형태의 의료기관이 생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는 병원 수익을 반드시 병원에 재투자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전반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파장을 미칠 사안이므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주문하고자 한다.
당장 대기업 등의 막강한 자본이 들어와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함으로써 진료품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 기대된다. 의료 수준이 낮다며 돈 싸들고 외국으로 나가는 부자들의 행렬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해외 원정 진료로 뿌린 돈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제는 의료도 하나의 산업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의료산업을 정보기술(IT) 못지 않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개혁에 손 놓고 있을 경우 조만간 우리 의료계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게 의료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의료기관 제도에 자본주의적 경쟁을 유발할 개혁이 시행되면 저소득층의 상대적인 서비스 소외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은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건강보험에 타격을 입혀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이른바 ‘의료이용의 양극화’가 ‘건강의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관계 등 향후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구상이 빠져 개혁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비가 급증해 향후 건강보험 재정이 극히 불투명한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개혁의 핵심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의료개혁안은 ‘의료기관의 경쟁력 확보’와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라는 두 가지 명제의 조화가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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