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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청받은 재중동포 장률 감독/ 그에게 인생을 건 최두영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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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청받은 재중동포 장률 감독/ 그에게 인생을 건 최두영 제작자

입력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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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막한 제58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신작 ‘망종’(芒種)이 초청되는 등 중국 영화계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재중동포 장률(43)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 영화인 ‘당시’(唐詩)의 개봉(20일)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장률 감독을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당시’와 ‘망종’을 제작한 두엔터테인먼트 최두영(43) 대표다.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장률에게 인생을 건 사람"이라고 한다. 촬영 감독 출신으로 영화 ‘오구’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던 그는 장률의 영화에 반해 2003년 영화사를 차렸고, 사재를 털다시피 해 장률의 첫 장편영화 ‘당시’를 제작했다. 칸 진출작 ‘망종’은 중국과 합작으로 제작했다.

"그 당당하고 범접할 수 없는 느낌. 그의 영화를 보고는 ‘내 목숨 이제 네 거다’라는 심정으로 매달렸죠. 장률만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최두영) "최대표 이름에 들어 있는 ‘두’(斗)자는 중국에서는 쌀 푸는 그릇, 즉 재물을 의미해요. 나한테 돈을 많이 벌어 줄 것 같아서 같이 하자고 했죠. 하하하."(장률) 농담으로 받아 넘긴 장 감독이지만 속내는 딴 데 있다. "무엇보다 내 작품을 가장 잘 알아 주는 이가 최 대표다. 같이 하고 싶었다"라고 털어 놓는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당시 첫 단편 영화 ‘11세’의 후반 작업을 앞두고 있던 신인 감독 장률은 같이 소설을 쓰며 친하게 지내던 한국의 이창동 감독에게 SOS를 쳤고 이창동 감독은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일하던 최 대표를 소개했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11세’의 미완성 필름을 본 최 대표는 "장률에 완전히 필이 꽂혀" 소매를 걷어 부치고 장 감독을 돕기 시작했다.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률 감독이지만 영화를 시작한 것은 5년이 채 안 된다. 옌볜대학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수로 있던 그는 1989년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놈팽이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간 거의 집에만 있었다. "아파트 옆집에 할아버지가 혼자 사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얼굴을 못 봤어요. ‘달그락 달그락’ 소리는 들리는데. 너무 궁금해서, 매일 벽에 귀를 갖다 대고 할아버지의 움직임을 관찰하곤 했죠.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이 그 할아버지랑 똑같다’고."

‘당시’는 그 때의 경험을 살린 영화다. 수전증을 앓는 전직 소매치기가 아파트에 틀어 박혀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통에 대한 거죠. 고립되어 갈수록 사실 소통하고픈 욕망은 더 강해지는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는 설명한다.

두 번째 장편이자 칸 초청작인 ‘망종’은 김치를 팔며 살아가는 조선족 행상의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물결이 거센 현대 중국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조선족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200만 동포의 희로애락을 외면할 수는 없더라"는 장 감독의 말에 최대표가 "장 감독으로서는 중국에서 투자 받는 게 그리 힘들지 않을 겁니다. 굳이 저랑 영화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 문제를 같이 풀었으면 하는 소망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같이 해외 영화제도 많이 다녔다. ‘11세’가 베니스 영화제 단편 본선 경쟁 부문에 올랐고 지난 해 ‘당시’는 런던, 로카르노, 홍콩, 벤쿠버 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끊임 없는 ‘아웅다웅’ 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 나오는 두 영화인은 칸 영화제에 참석하러 16일 함께 프랑스로 향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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