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 열강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증권가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북한이 1993년 핵확산 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초래된 ‘1차 북핵 위기’ 당시에는 주가가 직접적으로 조정을 받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핵실험’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리스크에 직면해 있어 갑작스러운 주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증권은 이날 내놓은 ‘북핵 위기와 주식시장’ 보고서에서 "93년 3월12일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일 당시에는 주가가 오히려 12포인트 상승했고, 이듬해 10월 핵 연료봉 재처리 완료를 발표했을 때도 1.5% 상승하는 등 북핵 사태가 주가 폭락으로 현실화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핵개발에 한 발 다가선,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기 때문에 증시가 이번에도 북핵 문제에 무관심할 것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메릴린치 서울지점 이남우 리서치센터장도 "아직은 북핵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으나, 다음달 말까지 6자 회담 재개 가능성이 희박하고 북한과 미국이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며 풋옵션을 매수하는 방어적 투자전략을 권했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경우 주가가 단기간에 30~50% 폭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도가 98년 5월12일 핵실험을 한 뒤 인도 증시의 BSE30 지수가 이틀간 5.9% 떨어졌으며, 파키스탄 카라치100지수도 11일 1,514.1포인트에서 6월말 800선 초반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보다 더 비관적인 외국계 증권사들 역시 핵실험이 현실화할 경우 최소한 30~50%의 주가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핵 위기의 향방에 따라 일시적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전쟁 국면까지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는 북핵 변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북한이 중국의 뜻을 거스르고 실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20∼30%선"이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도 "북핵 문제의 불확실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외평채 금리의 안정이나 외국인의 순매수, 환율 안정 등을 살펴보면 아직은 통제가능 범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사태가 악화하는 측면이 있으나 아직은 ‘낙관적 해결’ 또는 ‘교착국면 지속’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다각적 노력으로 흔히 말하는 ‘6월 위기’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6월 중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실제 위기가 8∼9월에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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