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나 차량용 수신기를 이용해 음성과 영상, 데이터로 이뤄진 다양한 멀티미디어 방송을 즐길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방송 서비스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다.
현재 다양한 기술 표준으로 나뉘어져 있는 DMB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실용화한 디지털라디오(DAB·Digital Audio Broadcasting)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디지털 방송 데이터를 실은 전파를 어떤 방식으로 전송하느냐에 따라 ‘위성DMB’와 ‘지상파DMB’로 나뉜다.
위성DMB는 방송 위성을 이용해 전파를 송신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2002년 일본 모바일방송주식회사(MBCo)와 협력을 맺고 위성DMB 방송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위성DMB 방송용 ‘한별’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이 위성은 적도 상공의 정지 궤도에 위치하면서 지상의 위성DMB 방송센터에서 쏘아올린 방송 전파를 한반도와 일본 열도 전역에 전송한다.
위성DMB는 2003년 9월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사용을 합의한 2.6㎓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사용한다. 이 전파는 직진성이 뛰어나며 수신장치의 소형화에 유리한 것이 장점이지만 전파의 휘는 정도(회절성)가 낮아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심지에서는 음영 지역이 생긴다.
따라서 방송위성 외에도 별도의 재전송장치(갭필러·Gap filler)를 대형 건물이 많은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해줘야 한다.
위성DMB는 현재 전국에서 방송 시청이 가능하며, 국내 유일의 위성DMB 방송사 TU미디어가 음영지역 해소를 위해 전국에 4,800여개의 재전송 장치(갭필러)를 설치했다. 위성DMB는 월 1만3,000원의 시청료를 받는 유료 방송이다.
지상파DMB는 기존 TV나 라디오 방송과 같이 지상에 설치된 대형 안테나(송출탑)를 이용해 방송전파를 송신하는 방식이다.
지상파DMB는 위성DMB 보다 3배 정도 파장이 긴 190~210㎒ 대역의 전파를 사용한다. 이 전파는 직진성은 떨어지지만 회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안테나를 높게 달수록 방송 수신이 쉽다.
그러나 안테나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단말기 소형화가 어렵고, 방송 송출탑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이나 대형 건물에 둘러싸인 도시형 분지가 난시청 지역으로 남는다.
또 전국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수백개의 송신탑으로 구성된 ‘전파망’을 구성해야 하는 것도 난점이다. 현재 KBS MBC SBS 등 기존 공중파 방송사와 KMMB 한국DMB YTN DMB 등 3개 컨소시엄이 하반기에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방송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상파DMB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는 대신 프로그램에 광고가 들어간다.
정부는 DMB산업의 조기 활성화를 통해 2010년까지 10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및 5조8,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DMB시장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3억2,500만 달러)돼 독일 월드컵(2006년)과 베이징 올림픽(2008년) 등 호재와 연결되면서 연 137%의 성장률, 2012년에는 연 3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차세대 移通과 연계는
현재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는 전용 단말기, 노트북PC,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단말기를 지원한다. 그러나 ‘손안의 TV’라는 모토처럼 DMB 서비스의 핵심 단말기는 단연 휴대폰이다.
이 점에서 DMB 서비스는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된다.
특히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DMB를 이용한 다양한 수익 모델과 부가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어 DMB 서비스는 대표적인 통신·방송간 융합 서비스로 등장하게 됐다.
DMB와 이동통신 서비스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면, 문자메시지로 대형 스포츠 경기의 시작을 알려주거나, 휴대폰 무선인터넷 포털을 통해 DMB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를 받는 소위 ‘쌍방향 방송’이 가능하다.
3세대 이동통신, 즉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의 화상전화 서비스가 보편화 하면 휴대폰을 이용한 실시간 인터뷰가 DMB 서비스를 타고 방송될 수도 있다. DMB폰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TV리포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DMB 서비스간의 경쟁적 관계를 예상하기도 한다. 디지털 콘텐츠 기술과 고속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굳이 DMB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품질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5세대 WCDMA 기술(HSPDA)과 한국형 휴대인터넷(와이브로·WiBRO) 서비스가 실용화하면 DMB급의 고화질 방송을 하는데 충분한 데이터 통신 속도(대역폭)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통신망과 방송망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와이브로의 경우 통신망 구축비용이 저렴하고 대역폭의 여유가 비교적 많아 고품질의 ‘무선인터넷 방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액제 혹은 부분정액제 요금을 내기 때문에 기존 이통사의 동영상 방송 서비스(SK텔레콤의 ‘준’(June)과 KTF의 ‘핌’(Fimm) 등)처럼 소비자가 막대한 요금에 시달릴 걱정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결국은 DMB 및 이동통신 사업자의 결단에 따라 ‘보완’이냐, ‘경쟁’이냐가 갈리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DMB가 차세대 이통 서비스보다 앞서 나가는 형국이라 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 기존 미디어는 어떻게
올해안에 상용화에 들어가는 위성·지상파 DMB가 지하철 무가지를 비롯한 인쇄매체나 라디오의 이용시간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두가지 서비스가 지상파TV와는 보완적 관계를 이룰 것이라는 주장과 경쟁적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DMB는 직장인의 출퇴근이나 점심식사 같은 자투리 시간을 채워주는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 시간대와 이용시간이 겹치는 지하철 무가지, 신문 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KISDI는 "DMB는 영상 뿐만 아니라 문자나 데이터 방송도 가능하므로 DMB가 대중화하면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이용객들이 신문을 읽는 대신에 손바닥만 한 단말기로 뉴스를 보는 풍경이 일반화할 것"이라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DMB가 눈으로 읽어야 하는 인쇄매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DMB는 오디오 채널도 갖고 있으므로 라디오 청취자의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지난해 말 전국의 휴대폰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위성DMB와 지상파TV는 주 시청시간이 달라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위성DMB 단말기와 지상파TV 수상기를 모두 볼 수 있는 조건에서는 대부분 지상파TV 수상기를 볼 것이라고 응답해 위성DMB가 지상파TV 시청자의 재택(在宅)시간을 빼앗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지만 이 조사는 DMB 상용화 이전에 DMB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지상파TV의 한 관계자는 "DMB는 그간 독점적 채널 공급원으로서의 지위를 누리던 지상파TV 방송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지역 TV 방송사의 경우 30% 가량을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DMB가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지상파TV 프로그램을 종일 보낸다면 지역 TV방송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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