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개정 국적법 시행을 앞두고 이중 국적자들의 국적포기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안 발의 당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했지만 막상 현실로 대하고 보니 여간 볼썽사납지 않다.
개정 국적법은 나이에 상관 없이 병역문제를 해결해야만 국적포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이전이면 언제든 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 따라서 신청자나 부모들의 궁색한 변명과는 달리 이번 국적포기 행렬은 새 국적법 시행 이전에 어떻게 해서든 병역의무를 면해 두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중 국적자들의 국적포기를 무조건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합법적 선택은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 원리이다. 그것이 국적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만 17세 이하인 당사자들이 국적과 국적포기의 의미, 국적 포기에 따르는 권리·의무의 변동 등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포기자들이 ‘부모님 말씀’을 이유로 들었고, 초등학생이나 갓난아기까지 포기자 명단에 들어 있다.
더욱이 대다수 국적 포기자들의 부모가 외교관을 비롯한 고급공무원, 교수, 연구원, 의사, 기업체 간부 등이다. 한국 사회 상층부의 도덕률에 대한 물음표가 어제 오늘 찍힌 것이 아니지만 아들에게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고, 강요하느냐는 생각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내 자식을 남의 자식들처럼 키울 수는 없다는 빗나간 자식 사랑의 극치를 보는 듯해서다.
한편으로 우리는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보복’ 주장도 경계한다. 병역의무가 문제의 본질이라면 거기서 새로운 개선점이나 균형책을 찾아야 한다. 안 그래도 주민의식에 비해 상대적 과잉 상태인 국민의식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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