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재 서울시 행정제2부시장과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재개발업체 미래로RED 회장 길모(61)씨의 석연찮은 행보가 청계천 비리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길씨는 11일 오전 중구 수하동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이를 취소했다. 길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더한다.
일각에서는 양 부시장의 구속에 이어 관련 공무원 등 5~6명이 출국금지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길씨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길씨는 검찰 수사가 은밀히 진행되기를 원했으나 양 부시장이 전격 체포되면서 ‘청계천 게이트’ 수준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자 부담을 느꼈다는 설이다. 실제 길씨는 지난달말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양부시장이 체포된 7일까지 측근에게도 검찰조사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길씨가 검찰과 일종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만을 토로하려 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수하동 길씨의 사무실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1987년 서울파이낸스센터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길씨가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길씨가 92년 해외로 출국해 조사한 적이 없고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건 자체를 종결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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