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타슈켄트에서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23만명의 고려인을 인연의 끈으로 내세우면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관계’로 만들어가자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발전 전략에 대해 애정어린 ‘훈수’를 했으며, 카리모프 대통령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고려인들을 열거하면서 한국인의 근면성과 의지를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발전 전략에 대한 우즈베키스탄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자본, 인력,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경우 한때 외국자본을 규제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외국자본 투자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이 났다"면서 "외국자본이 투자하게 되면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새로운 기술과 경영 기법이 도입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해외에 유학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있었으나 시일이 흐른 뒤 돈 많이 들더라도 유학을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인재육성의 중요성도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의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 뒤 국민들의 성취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카리모프 대통령도 회견에서 박베라 상원의원 등 우즈베키스탄에서 활약하는 고려인들을 거명한 뒤 "한국인들이 인내와 근면, 용감성을 갖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봐 왔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도 카리모프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부터 직장에서까지 고려인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표단을 보면 외국 사람 같은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고려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고려인 대표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고려인들이 1937년 강제 이주된 뒤 고생했던 얘기들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우리가 힘없던 시절에 고통을 겪은 동포들이 어디에 살더라도 이제는 대우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승 60주년 기념행사 참석과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12일 오후 귀국한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11일 낮(현지 시간) 타슈켄트에서 열린 한국·우즈베키스탄 경제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석유, 천연가스, 광물 개발 등 에너지·자원 분야에서의 협력은 우즈베키스탄에게는 개발 파트너를, 한국에는 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결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을 수행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해 "외교적 노력이 다 소진됐다는 판단이 확실할 때야 중국도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이지 섣불리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제재나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는 최근 한중, 한러 정상회담 등에서 전혀 안 나왔다"면서 "6자회담을 통한 해결 원칙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타슈켄트=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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