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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살린 떠돌이 개/ 케냐 밀림에 버려진 아기 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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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살린 떠돌이 개/ 케냐 밀림에 버려진 아기 품어

입력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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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어미개가 밀림에 버려진 아이를 구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생긴 일이다.

이 달 초 나이로비 외곽의 한 빈민촌. 인근 숲으로 사냥을 나가던 토야씨는 검은 누더기 옷에 싸인 아기를 입으로 질질 끌고 가는 개를 만났다. 최근에 새끼를 낳은 듯 젖이 퉁퉁 분 암캐는 인기척을 느끼자 동네 쪽으로 줄달음질치기 시작했다. 개는 숲과 마을을 구분하는 철조망 아래를 통과해 비포장 도로를 따라 흙먼지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 시간 뒤 주민들은 귀청을 찢는 듯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허름한 폐가의 한 귀퉁이에는 어미개가 우는 아기를 새끼처럼 보듬고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새끼 강아지들은 대부분 죽어 있었고 한 마리 정도가 우는 아기 옆에서 어미젖을 물고 있었다.

주민들로부터 개를 인계받은 동물보호단체 책임자 길크리스트씨는 10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개가 모성적인 본능으로 아기를 데려다 키우려고 했던 것 같다"며 "동물과 인간 사이의 묘한 유대감 같은 것을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어미개의 ‘모성’ 덕분에 아기는 정글의 위험에서 목숨을 건졌다. 생후 2주 정도로 추정되는 이 신생아는 병원에 옮겨졌을 때 몸무게가 3.3㎏이었다. 의료진은 "아이가 추위 속에서 이틀 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엔 큰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유아에게 ‘천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천사’의 부모가 돼 주고 싶다는 입양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주인 없이 떠돌던 개도 보호자가 생겼다. 펠릭스 오몬디(11)네 가족이 식구로 받아준 것이다. 난생 처음 목욕도 하고 치료도 받은 어미개는 이제 ‘음콤보시(구조자)’라는 멋진 이름도 얻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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