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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흘도 못간 수도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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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흘도 못간 수도권정책

입력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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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기도청 회의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가 다국적기업인 3M의 투자 유치를 둘러싸고 이해찬 총리와 설전을 벌여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탈퇴한 뒤 "경기도만 잘났냐"는 질타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손 지사는 최근 실·국장 회의에서 거침없이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기만이다. 해외자본 유치를 가로막으면서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을 잘 살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측근들에 의해 번복되기는 했지만 "국제 사기꾼이 되느니 범법자가 되겠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손 지사가 저렇게 정색하고 말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회의 내내 가슴이 답답해서 혼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지사를 싸고 돌 생각은 없다. 대권을 노리는 그는 어차피 경기도의 치적을 바탕으로 심판을 받아야 할 정치인이다. 총리실도 "정치권의 요구라도 가려서 들어야 한다"며 손 지사의 행태를 정치 문제로 축소했고, 영·호남 일부 지자체들도 "경기도만 살겠다는 거냐"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호했던 정부의 입장은 사흘이 못 갔다. 정부는 17일 국무회의에서 문제가 된 25개 외국 첨단산업자본 유치를 허용한 산업집적활성화법 대통령시행령을 연장했을 뿐 아니라,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도 허용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사실상 경기도와 재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외자유치는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한마디로 정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각료들이라도, 우리 국민을 ‘조삼모사’에 현혹될 만큼 어리석게 보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다.

이범구 사회부기자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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