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귀금속 판매장인 전북 익산시 영등동 귀금속 판매센터에서 100억원 상당이 넘는 귀금속이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 발생 = 11일 오전 3시께 익산시 영등동 귀금속 판매센터에 도둑이 들어 매장 29곳 가운데 24곳의 진열대 61개에서 귀금속이 털렸다. 범인들은 건물 뒤편 화장실의 방범망을 뚫고 들어와 판매장으로 통하는 나무합판으로 된 화장실 출입문 밑 부분을 전기톱으로 잘라내고 침입했다. 경찰은 판매센터 경비원이 오전 2시 순찰을 돌 때는 화장실에 이상이 없었다는 말에 따라 범행시간을 오전 2시 이후로 보고 있다.(상황도 참조)
당시 매장 천장에는 모두 15개의 열감지 비상벨 센서가 설치돼 있었으나 범인들이 센서마다 화장지를 붙여 놓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5개 센서 중 1개에 화장지가 허술하게 끼워져 3시54분께 비상벨이 울렸으며, 범인들은 벨이 울리자 곧바로 달아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 수사 = 경찰은 "9일 오전 11시께 보안업체 직원이라는 20대와 30대 남자 2명이 천장 센서를 점검하고 갔다"는 업주들의 말에 따라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비상벨 센서에 화장지를 넣어 작동되지 않도록 조작한 뒤 이날 범행한 것으로 보고 2명의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경찰은 범행 대상이나 수법 등으로 볼 때 최소 2명 이상의 전문털이범이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동일 수법 전과자를 대상으로 탐문조사 중이다.
판매센터는 이들이 센서를 점검한다고 찾아왔을 때 업주들과 판매에 지장을 준다며 실랑이까지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경비업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센터는 또 경찰의 수차례에 걸친 무인감시카메라(CCTV) 설치 권고에도 불구하고 1989년 개점 이후 사설 업체에 경비를 맡겨 왔으며 자체 경비원 2명이 하루 12시간씩 교대 근무하고 있다. 판매센터 측은 CCTV를 설치하지 않은데 대해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업주들이 합의해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피해 = 센터에는 현재 29개 귀금속 업체가 입주, 10만여점의 귀금속과 보석을 전시 판매하고 있으며 연간 16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날 도난 당한 귀금속은 5만여점으로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80%에 달한다. 박치수 센터 전무는 "진열대 1개당 1억5,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들어 있어 피해 규모는 1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금속은 특성상 보험에 가입되지 않으며 보안경비업체의 보상금(총 10억원)만 받게 돼 업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서 150c 떨어진 곳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트럭을 발견했다. 트럭에는 보석 몇 점이 떨어져있었다.
익산=최수학기자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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