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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형진아, 넌 보석같은 존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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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형진아, 넌 보석같은 존재란다"

입력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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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다리를 가진 아들 형진아.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처음 대하던 23년 전 너의 모습이 떠오르는 구나. 2.6㎏의 몸으로 태어난 너의 모습에 엄마는 실망스러워 했었지. 그땐 겉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속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었지만 말야. 점점 자라면서 얼굴은 귀티나게 생기고 외모 상 이상이 없는 네가 장애인이란 판단을 받고 엄마, 아빠는 무척 혼란스러워 방황을 많이 했어. 너를 인정하고 싶지 않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시절 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워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수없이 많았지. 어떤 분이 언제 힘들었냐고 엄마에게 물었을 때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형진아, 미안하고 죄스러운 일이지만 한 때 엄마는 너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로 인해 엄마는 깨달음을 얻었고 형진이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게 해준 위대한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지능만으로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해준 너에게 감사해. 요즘 세상, 편법과 속임수로 정상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어렵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단다. 지금같이만 계속 분발해주렴.

아들아, 너의 미래가 불안해서 내 욕심만으로 다소 심한 교육을 시켰다는 생각도 든다. 너를 위한 교육이 지나쳐 엄마 의욕이 앞섰다는 느낌 말이다. 엄마가 교육시킨다는 명목 하에 혹독하고 힘들게 한 것 용서해주렴. 얼마 전 회사 일하고 인터뷰하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려해주지 못한 엄마도 견디기 힘들었단다.

사람들은 항상 인생이 어렵고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앞날은 희망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 아들아, 엄마가 죽는 날까지 너의 곁에 있으면서 필요하면 도와주겠지만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잊지 말아야 한다. 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해줬으면 해.

그리고 운동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해. 운동을 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맑은 정신, 열의에 찬 태도, 정신적인 깨달음 까지 얻는다고 했어. 너의 순수하고 밝고 맑은 모습이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으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마음과 행동이 예쁜 아들이었으면. 이것도 욕심일까?

형진이가 좋아하는 달리기와 볼링도 하고 여러 곳 여행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특히 너가 좋아하는 조용필의 ‘꿈’ ‘큐(Q)’ ‘허공’이나 이문세의 ‘파랑새’ ‘붉은 노을’ 등 노래를 마음껏 들으면서 말이야. 유독 어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선호하는 게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너와 함께 해외여행도 다니는 게 엄마의 소망이란다. 이제 충분히 육체적인 운동을 잘하니 문화적인 소양을 쌓게 해주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을 좀더 많이 만나 인간관계를 넓혀 주고 싶은 것도 그렇고.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고 견문을 넓히는 게 교육상 가장 좋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란다.

엄마는 여태껏 행운을 찾아 헤매며 살았던 것 같구나. 항상 곁에 가족이 있고 네가 있다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서. 나와 아빠, 동생 슬옹이에게 너는 보석같은 존재란다.

우리집의 복덩이 효자 아들 파이팅!

‘말아톤’ 실제 주인공 배형진군의 어머니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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