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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준승·준우야, 큰 꿈을 품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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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준승·준우야, 큰 꿈을 품어 다오"

입력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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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잠들어 있는 너희의 모습을 보면서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익숙해졌구나. 아빠와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꽤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너희의 얼굴에 뽀뽀해주는 것으로 대신하여 무척이나 미안하구나. 돌이켜 보면, 너희 둘의 태어남은 아빠에게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건함을 알게 했고, 새로운 삶의 목적을 깨닫게 한 커다란 축복의 순간이었단다. 돌잔치에서 갑작스럽게 하객 분들께 돌아가면서 허리 숙여 인사하던 준승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한 즐거운 기억이란다. 그런가 하면 너희가 수영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힘든 훈련과정을 꿋꿋하게 이겨내던 모습과 어린 나이에도 가파른 층계를 땀을 흘리며 낑낑거리면서도 끝까지 걸어서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라가던 기억은 아빠가 두 아들에게 든든한 믿음을 갖게 해준 멋진 추억이란다.

아빠가 그동안 자주 늦은 이유는 사람처럼 걷고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연구에 깊이 빠져있기 때문이란다. 어릴 적 만화 속에서 보았던 아톰, 마징가제트, 태권브이와 비슷하게 생긴,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고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일이란다. 이 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야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아빠는 물론 함께 연구하는 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단다. 최근 탄생한 ‘마루’와 ‘아라’가 너희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은 물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고,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커다란 긍지와 보람을 느끼고 있단다. 처음으로 ‘마루’가 걸음을 걷기 시작했던 날, ‘마루’가 사람을 알아보던 날, ‘마루’와 ‘아라’가 함께 걷던 날 들은 너희가 태어났을 때만큼 감격스러운 날들이었단다. 또한, 음성을 남자 어린이인 준승의 목소리로 선택하고, 쑥스러워 하면서 함께 녹음을 한 후 ‘마루’가 처음 말을 시작하던 날 멋진 아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최초로 개발된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를 통해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단다.

이런 연구를 하면서 아빠는 너희가 세계를 움직이는 웅대한 꿈을 가슴에 품고 감성과 여유로움을 간직한 창의성 풍부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린단다. 답답한 교육환경 때문에 어려운 산수 문제 잘 푸는 것, 영어 한 마디 잘 하는 것도 학교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너희가 커서 어른이 되는 미래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아주 중요하단다. 이러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린 시절 쌓여진 감성과 정신적인 여유로움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과 같은 것이어서, 많은 책을 읽고 여행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친구들과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배어드는 것이란다. 이러한 상상력과 창의성의 기초 위에 전문적인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습득함으로써 너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단다.

또한, 이러한 능력을 올바른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바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를 기도드린단다. 너희의 능력과 삶이 혼자만을 위한 혹은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과 세계 인류를 위해 가치 있는 것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유혹이 너희 앞에 다가오더라도 이를 스스로 꿋꿋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과 지혜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의 철학을 가진 건강한 아들로 커주기를 바란단다.

아직까지, 잠자는 시간을 조금 미루기 위해서, 게임이나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형과 놀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잠자기 전 양치질과 세수를 적당히 해보려고 고집을 부리고 어리광도 피우는 두 아들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귀여운 너희를 믿고 사랑한단다. 먼 훗날 세계 속에 우뚝 서 있을 두 아들을 생각하면서.

유범재 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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