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도덕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 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노조와 부산지역 항운노조의 직원 채용관련 비리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현대자동차 일부 노조 간부도 ‘취업장사’를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비정규직법안 제정과정에서 노사정 실무대표로 참여했던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의 전·현직 간부 2명이 노조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 수재)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노동계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울산지검은 10일 현대자동차 전직 노조 간부와 대의원 3명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취업을 시켜주겠다면서 1인당 수천만원씩 받은 혐의를 잡고, 이들을 긴급체포하는 한편 현대차 울산공장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부산과 인천의 항운노조 간부들에 대한 직원의 인사채용 비리와 관련된 수사를 통해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23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올 1월 기아차 광주공장 직원 채용비리와 관련, 전 노조지부장 정모(48)씨는 4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는 등 모두 13명이 구속돼 재판에 계류 중이다. 창원지검은 지난달 버스 운전기사 채용비리 혐의로 마산버스노동조합간부를 구속했다.
노동계의 도덕성 추락은 국민적 신뢰상실은 물론, 모처럼 복원된 노사정대화에도 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원회 본위원회의 주요 의제를 검토·조정하는 상무위원인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사정대화 자체의 의미도 평가절하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한국노총은 "도덕성이 생명이나 다름없는 노조 지도부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며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10일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위원장 직속의 ‘조직혁신위원회’를 구성, 조직전반에 대한 개혁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노총뿐 아니라 노동계 전체가 각종 노동 현안을 놓고 정부와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이나 투쟁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노조 집행부 활동에 대한 내부 감독과 견제시스템인 회계감사제도가 있으나 최근 비리사건에 비추어볼 때 무기력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노조가 투명성을 높여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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