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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달래기 나선 美/ 라이스 "北은 주권국가…6者내서 北·美 직접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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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달래기 나선 美/ 라이스 "北은 주권국가…6者내서 北·美 직접대화"

입력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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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6자 회담 내 직접 대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9일 CNN과의 회견에서 "다시 말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인정한다"며 "우리는 북한과 6자회담 틀 내에서 협상을 가져왔고,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계속 말해 왔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경우 여러 나라가 북한의 에너지 부족분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고 우리는 다자 기반 위에서 안전보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공보국장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주권 국가 인정과 6자 회담 내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말을 되풀이했다. 국무부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국무부의 이런 입장 표명은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표면적으론 새로울 게 없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 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도가 있기에 미국의 진의를 만나서 확인해 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었다. 하지만 북한 핵 실험설이 제기되는 등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유화적인 발언은 단순히 과거 입장을 반복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미 언론들은 라이스 장관이 북한에게 두 개의 ‘외교적 당근’을 제안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AP통신은 쌍둥이 제안이 북한에 미칠 영향도 미지수이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는 북한의 마음에 다가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북한이 회담에 돌아오기를 원하고 긍정적인 성명을 내는 것은 그런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해 이날 발언이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것임을 시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은 우리 공화국이 6월 지하 핵 실험을 진행할지도 모른다는 제 나름의 견해를 관련국에 통보한다 어쩐다 하고 부산을 피우고 있다"고 한 10일자 노동신문 개인필명 논평을 북한이 핵 실험을 유보한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해석하면서 6자 회담 재개의 긍정적 신호라고 반겼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핵 실험 징후를 포착한 게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이런 수사만으로 6자 회담에 돌아올지는 미지수이다. 노동신문 논평은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오명을 쓰고는 회담에 나설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입장의 접점을 찾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대화 불씨 살리기 ‘강한 표현’/정부 "北징후 핵실험 아니다" 발언 배경

정부가 비등점으로 치닫는 북한 핵실험 논란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의 불씨를 다시 지피기 시작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10일 브리핑을 자청, 함북 길주에서 포착된 징후들은 핵실험 준비 작업이 아니며, 대북 폭격은 한국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 행정부 일각과 언론이 핵실험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북폭마저 언급되는 국면으로 흘러가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위당국자는 특히 미국 정부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음을 시사하면서 "현재로서는 길주의 움직임을 핵실험 준비작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잠정 결론을 공개하는 위험마저 감수했다. 이처럼 최강의 표현으로 핵실험설을 부인한 것은 지금도 대화의 불씨를 지피기에 늦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진행된 한중, 한러 정상회담과 내달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지난 주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통해 북핵 상황을 ‘중대국면’으로 규정했던 정부가 뒤늦게 상황 인식을 전환한 배경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다음은 고위 당국자와의 일문일답.

_결론적으로 길주의 시설은 핵실험 시설이 아니라는 것인가.

"현 정황으로 보아 실험 준비작업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핵 실험을 하려면 고도의 여러 장치와 장비가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감안할 때 그렇다."

_미국으로부터 핵실험 정보를 통보 받은 바 없다고 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위성사진을 근거로 실험장 관측탑 등의 건설을 보도했다.

"우리로서는 받은 바 없다. 길주 지역은 수년 전부터 트럭이 드나들고 갱도 작업이 진행돼 계속 주시해온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핵실험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위성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1998년 금창리 사건 때도 갱도 작업이 포착되고 보도가 잇따랐지만 현장을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_길주에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 아닌가. 한미간에 정보교환의 누락은 없나.

"세세한 얘기는 언급하지 않겠다. 터널 메우기나 관람탑 설치 등에 대해 통보받은 적은 없다. 핵실험을 위해 관람탑을 만든다는 게 맞는 말인가. 터널 메우기가 파키스탄 핵 실험 모델을 따른다는 얘기는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 같다."

_뉴욕타임스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인가.

"미국(행정부) 인사들의 4분의 3은 보도를 믿지않고 있다."

_핵 실험 임박 징후는 무엇인가.

"기술적인 사항이다. 구덩이를 파는 것이 징후는 아니다."

_어제 안보장관회의에서 이러한 정부의 발표 방침을 정했나.

"어제 판단했다. 외신에 보니 나도 헷갈리고 국민들도 불안할 것이라고 봤다."

_북한은 북미간 접촉을 원하는데.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주권국가 재확인 발언은 좋은 징후다. 북이 가장 크게 꼽고 있는 게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이고 이 명분을 얻는 기회를 달라는 입장이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해준다는 취지이고 북한과 대등한 처지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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