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이겼지만 ‘블레어의 여인들’(Blair’s babes)은 무너졌다.
5일 끝난 영국 총선의 정치적 의미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절대적 지지 그룹인 ‘블레어의 여인들’의 와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블레어의 여인들’은 1997년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때 당선된 100명의 여성의원을 말한다. 당시 블레어 노동당 당수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여성 후보를 내는 여성전용 선거구제를 도입해 정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 비슷한 연배인 블레어 당수의 정책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 이들에게 영국 언론은 ‘블레어의 여인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 파병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노동당의 줄어든 60여 석 중 상당수가 이 여성 의원들의 선거구였다. 대거 낙마한 이들은 당연히 블레어 총리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AP통신은 "블레어의 지지그룹이 의원 자리를 얻은 대가를 치렀다"고 꼬집었다.
개인적으로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고 한 멜라니 존슨은 그렇다고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노동당 지지자가 투표를 포기하거나 자유민주당에 표를 던지면 보수당이 당선된다"는 물귀신 작전으로 나섰다 낙선했다. 블레어의 여인들 중에는 선거 후 아예 보수당으로 옮겨버린 사람도 있다. 헬렌 클라크 전 의원은 블레어 총리에게 "지난 8년 동안 거수기 노릇만 했다"며 "보수당이 오히려 의회 정치를 펼치기에 나을 것 같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물론 아직까지 블레어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고 있는 ‘블레어의 여인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과거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외신들은 총선 승리의 대가로 핵심 지지그룹을 잃은 블레어 총리의 앞날이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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