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5·4 부동산대책’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의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2003년 10·29조치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대책으로 일정대로 시행된다면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대도시 환경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발이익환수제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필요 이상의 우려와 잡음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개발이익환수를 단순히 부동산투기 억제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납부한 만큼의 개발이익이 자본화해 개발수익을 감소시킨다면 그만큼 개발수요를 줄임으로서 투기억제효과도 클 것이다. 그러나 시장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의 상당부분이 전가된다면, 그리고 시장이 전가된 가격을 수용할 경우 투기억제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이익환수의 필요성을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개발인허가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환수를 통해 보다 쾌적한 주거여건과 도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의 자산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논리이다.
우선 고밀도 개발을 할 수 있는 권한(이하 개발인허가)을 부여받는 데서 오는 이익의 일부를 세금이나 기부체납, 부담금 또는 수수료의 형태로 공익을 위해 정부가 환수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당연시하는 일이다. 개발인허가 자체가 매우 큰 금전적인 특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대상아파트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고밀도로 개발할 수 있는 개발권에 있다. 그런데 만일 정부가 이 같은 개발권을 경매를 통해 최고가를 써낸 업자에게 판다고 가정해보자. 엄청난 금액에 낙찰될 것이다. 그 금액이 바로 개발권의 가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개발부담금이 얼마나 부과될지 몰라도 경매가격보다는 훨씬 낮을 것이다. 따라서 개발수익은 보장될 것이다.
다음은 개발이익환수제도를 통해 도시환경이 개선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도 2003년 개발부담금제를 도입했다. 도로, 학교용지 등을 기부체납 형태로 환수하는 소극적인 형태의 개발부담금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지자체가 해당구역을 지정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이번에 부과율과 부과대상을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선진국 중에서도 개발사업에 대해 비교적 유연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개발부담금제는 매우 일반화되어있다. 이유는 이것이 개발을 억제하기보다는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주(州)별로 다르지만, 기부체납, 세금방식, 현금납부 또는 지자체가 제시한 공공시설을 설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정부가 개발부담금제를 통해 공원녹지와 기타 필요한 간선시설을 확보하게 된다면 주민은 부담한 비용 이상의 금전적인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 비해 훨씬 양호한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주변환경도 크게 개선되어 동네가치가 오르게 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의 오름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개발부담금납부를 단순히 비용상승 요인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심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경우 공공시설투자에 매우 인색했다. 녹지나 공원이 제대로 조성된 단지가 몇 곳이나 있는 지 의문이다. 개발밀도만 높여 빽빽하게 짓다 보니 콘크리트 숲을 보는 느낌이다. 그 때문에 도심환경이 삭막하고 회색 일색이다. 밀도를 높인 만큼 녹지를 보존하고 필요하다면 몇 개 단지를 묶어 각종 인프라 시설을 확충, 정비하여 자족적인 커뮤니티로 재생한다면 주택은 물론 동네의 부가가치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김정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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